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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뒤집고 독해진 황교안 "정치 생리 체득해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향해 “독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천 쿠데타’로 불린 미래한국당 공천 논란을 완력으로 제압하면서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당내 복잡한 사안에 대해 타협하기 바빠 ‘황세모(△)’라 불리던 과거와 천양지차다.

논란은 지난 16일 비례대표 명단 공개와 함께 시작됐다. “한선교의 반란”이라며 통합당이 발칵 뒤집혔지만,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를 뒤집기는 버거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19일 미래한국당이 일부 명단을 수정했음에도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합당 독자 비례후보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전면 수정을 강하게 촉구했다.

결국 19일 선거인단 비토-한선교 사퇴-지도부 해체에 이어 20일 새 지도부 구성-공병호 공관위원장 경질까지 전광석화 같은 뒤집기가 이어졌다. 지도부 변경에서 새 비례대표 후보 확정(23일)하기까지는 단 사흘이었다. 그새 박형준ㆍ박진 공천 외압 등을 거론하며 반발하던 이들은 “경솔함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됐다”(한선교) “불협화음을 일으켜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공병호)며 백기 투항했다. 공천 쿠데타를 황 대표가 완벽히 진압한 것이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운데)가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운데)가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황 대표는 취임 후 몇 차례 위기에 몰렸다. 대부분 수세에 몰리다 장외투쟁ㆍ삭발ㆍ단식 등 극단적 카드를 던지곤 했다. 사안 자체와 정면승부를 걸기보다 우회로를 택한다는 지적이었다. 따라서 이번 황 대표의 선택을 두고는 “비록 잡음이 있었지만, 황 대표가 조금씩 권력의 생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기계적 균형보다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적절히 안배하면서,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한다'는 것을 (황 대표가) 이해하는 과정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우왕좌왕할 겨를이 없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20일)는 그의 말처럼 황 대표의 ‘결심’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3일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에는 황 대표가 영입한 인사(윤주경ㆍ윤창현ㆍ이종성ㆍ최승재ㆍ지성호ㆍ전주혜ㆍ허은아 등)가 당선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공관위의 마지막 전략공천 두 지역(부산 북ㆍ강서을, 서울 강남을)에는 ‘친황’ 핵심인 김도읍 의원, 황 대표의 종로 선거 멘토 박진 전 의원이 각각 회생했다. 김형오 공관위 초기 ‘친황’이 배제됐던 양상과 다르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다만 황 대표의 당 장악력에 비례해 총선 책임론도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패하거나 미래한국당 정당 지지율이 예상에 못 미쳤을 때 황 대표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원한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은 무조건 승리하겠다는 말 밖에는 못하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며 “황 대표도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총선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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