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예대상 쓴소리 하고 유튜버 된 김구라 “현실 재미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나와서 자신의 보물 1호인 팝 명반들을 소개하고 있는 방송인 김구라. 중앙일보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나와서 자신의 보물 1호인 팝 명반들을 소개하고 있는 방송인 김구라. 중앙일보

“KBS는 왜 이렇게 프로그램을 베끼냐” “(연예인보다) 소속사 대표가 더 튀려고 하느냐”

KBS 유튜브 '구라철'로 3회 만에 130만 클릭 #아들과 '그리구라' 골프 치는 '뻐꾸기 골프'도 #"나 스스로 재미가 우선, 일반인과 소통도 덤"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에서 자사에 강펀치를 날리고, 아들 동현(그리)의 소속사에 찾아가 대표를 ‘디스’(깎아내림)하고…. 지난 20일까지 4개 에피소드가 공개된 유튜브 콘텐트 ‘구라철’에서 볼 수 있는 방송인 김구라의 모습이다. “앞으로 2~3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방송가의) 고비다”라고 선포하며 시작된 김구라의 ‘구라철’은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질문한다’가 모토다. ‘방송3사 구내식당 어디가 제일 맛있을까’ 등 시시콜콜한 주제인데 지난 2월 14일 첫선 이후 3회 만에 총 조회수 130여만회를 넘겼다. 지난 18일엔 아예 채널을 따로 차렸다. 구독자 400만이 넘는 KBS엔터테인먼트에서 ‘채널 독립’을 요청하는 댓글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올 초 유튜브 3개 시작, '야인'으로 활약 

‘구라철’만이 아니다. 그가 동현과 함께 티격태격 현실 부자(父子)의 모습을 보여주는 채널 ‘그리구라’와 골프 애호가로서 면모를 드러내는 채널 ‘뻐꾸기 골프’도 구독자 각각 6만, 3만으로 순항 중이다. 올 초 동시 개업한 이들 유튜브 콘텐트는 한 인터넷 크리에이터 기획사와 손잡고 진행한다. “혼자 떠드는 게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구라철’ 1회)는 고백대로 마치 데뷔 초반 인터넷방송 시절로 돌아간 듯한 ‘야인’ 김구라의 활약이다.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로 선보인 '구라철'에서 셀카봉을 들고 직접 촬영하며 진행하는 김구라(왼쪽). 사진 KBS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로 선보인 '구라철'에서 셀카봉을 들고 직접 촬영하며 진행하는 김구라(왼쪽). 사진 KBS

“유튜브에 딱히 관심이 있다기보다 나이 오십이 되다보니 스스로 즐겁고 재미난 프로를 하고 싶었어요. 야외 다니면서 일반인들과 소통하고 싶었는데, 지상파 방송은 기획에서 방송까지 오래 걸리는 반면 유튜브니까 작게 시작할 수 있었죠.”

최근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이하 ‘생활보물’)에 손님으로 발걸음한 그는 “유튜브를 왜 시작했나” 하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새로운 플랫폼 개척 등의 차원이 아니라 “내 욕구를 일깨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라는 게 그의 설명. 예컨대 ‘그리구라’는 “따로 사는 외아들과 자주 만날 새가 없어 방송을 겸해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골프 콘텐트는 “지인들끼리 스트레스 풀러 재미있게 치는 모습 그 자체를 담을 수 있어” 시작했단다. 방송 포맷에 꿰맞춘 캐릭터가 아니라 김구라라는 자연인의 취미‧욕구가 그대로 콘텐트가 되고 호응을 이끈다는 얘기다.

‘생활보물’에선 평론가 수준 음악내공도

김구라로선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라디오로 떠서 지상파에서 전성기를 누리다가 다시 B급 마이너 세계로 돌아온 모양새다. 게다가 자신이 대상까지 수상한 바 있는 연말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아무런 콘텐트 없이 연예인들 개인기로 1~2시간 때우는 거 그만하자” 등 쓴소리를 한 직후의 행보다. 김구라는 “마이크만 있으면 혼자 어디로 튈지 모르게 말이 많아진다”면서 “나이 오십쯤 되니 생각도 많고, 남들이 잡학다식이라고 하는 걸 풀어내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생활보물’에서도 30여년 소장한 팝앨범(LP)들을 애장품으로 소개하면서 웬만한 음악평론가 못지않은 내공을 자랑했다. 블루아이드 소울의 대표주자 대릴 홀 앤 존 오츠를 가리켜 “1980년대 빌보드 차트 톱40을 가장 많이 기록한 팀”이자 “올리비아 뉴튼 존의 피지컬(Physical)을 끌어내리고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주석을 다는 식이다. 앞서 MBC 음악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나 ‘라디오스타’ 등에서 간간히 보인 지식을 그야말로 ‘TMI’(깨알같은 정보를 뜻하는 인터넷 속어)’로 펼쳤다. 그러면서 진행자인 이광기에게 “인맥에 기대서는 프로그램 오래 못 간다, 콘텐트가 생명이다” 라며 ‘뼈 때리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나와서 자신의 보물 1호인 팝 명반들을 소개하고 있는 방송인 김구라. 중앙일보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나와서 자신의 보물 1호인 팝 명반들을 소개하고 있는 방송인 김구라. 중앙일보

호기심‧잡학다식‧거침없는 화법은 ‘구라철’을 함께 하는 원승연 PD가 생각하는 김구라의 강점이기도 하다. 원 PD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예대상 발언도 그렇고, 김구라의 입을 통해 느끼는 통쾌함이 있는데 그걸 넓게 펼칠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TMI가 김구라의 매력인데 지상파 방송에선 포맷에 맞춰 덜어내는 게 많았다. 유튜브에선 주객이 전도돼 소위 ‘곁다리’로 치부되는 것들, 사석에서 할 법한 얘기들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겨울에도 아이스라떼를 고집하는 모습, 영어 표기를 자신만만하게 해석하지만 틀리는 모습이 이런 식으로 노출된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유튜브답게, 틀린 것을 다음 회차에서 사과하는 모습도 나온다.

“남들이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을 뿐”

JTBC ‘와썹맨’ ‘워크맨’이나 EBS ‘자이언트 펭TV’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원 PD와 김구라 모두 부인했다. “김구라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원 PD) “의미 부여야 남들이 하는 거고,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었을 뿐”(김구라)이라는 설명이다. 첫 회부터 KBS 사장을 등장시키며 자사 ‘디스’를 한 건 “다방면에 센 질문을 하기 위해선 자기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원 PD)고 한다.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구라철'에서 아들 동현(그리)의 소속사를 찾아가 '학부모 상담' 편을 선보인 김구라. KBS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구라철'에서 아들 동현(그리)의 소속사를 찾아가 '학부모 상담' 편을 선보인 김구라. KBS

앞서 tvN ‘신서유기’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이 유튜브의 단편적 방송들을 재편집해 TV 정규 프로로 내보내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TV에서 ‘숏폼 예능’으로 선보인 것의 확대 버전을 유튜브에 푸는 게 눈에 띈다. tvN ‘마포멋쟁이’ ‘아이슬란드 간 세끼’ ‘라끼남’이 대표적이다. ‘구라철’의 경우엔 어느 쪽도 아니란다. KBS 지상파 편성 가능성에 대해선 “그게 목표가 아니고 더 잘 되는 거라고 보지도 않는다. 현재로선 여기라서 만들 수 있는 것에 충실할 뿐”(원 PD)이라는 입장이다.

예컨대 ‘뻐꾸기 골프’도 일상적인 주말 ‘백돌이’ 골퍼들의 자존심 대결이 주를 이루는데 매회 수만~수십만 조회수를 내고 있다. 김구라는 “TV 골프채널과 몇 번 얘기를 해봤는데, 아무래도 골프의 본질에 충실하느라 엄숙한 느낌 같은 게 있어서 안 맞았다”며 “우리 걸 보면서 40~50대 애호가들이 ‘맞다, 골프란 이런 거지’ 해줘서 그 재미에 한다”고 말했다. “저도 비거리 안 나는 편인데 박사장님(박노준) 보고 위로받는 느낌”이라는 댓글이 줄 잇는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이 구독자 363만명을 넘기는 등 셀러브리티의 개인 채널이 활발하다. 김구라는 “유튜브 세 개 모두 제작사와 협업 속에 하는 것이고, 내가 제작까지 할 역량은 안 된다”면서 “TV 방송이든 유튜브든 각 프로 별로 흥미로운 걸 하는 편이 즐겁다”고 했다. 김구라 채널이 가능할지는 각 콘텐트에 쌓이는 ‘좋아요’와 ‘구독’에 달렸단 얘기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