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日, 140조원 규모 법인세 1년 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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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대책의 하나로 연 12조엔(약 140조원) 규모의 법인세 납부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조 3000억엔, 전체 세수의 20% 해당 #1년 늦게 내더라도 연체료 없도록 조치 #관광객 반토막....관련 산업 줄줄이 파급 #

20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기업의 자금 흐름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인세의 납부 기한을 1년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인세 납부를 1년 늦추더라도 연체료가 발생하지 않는 식으로 유예해주는 방안이다.

일본의 법인세수는 2018년도 약 12조3000억엔(약 140조552억원)으로, 일본 전체 세수 총액 60조 3563억엔(약 687조 4587억원)의 약 20%에 달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 밖에 중국으로부터 자동차 부품 공급이 어려워진 기업이 생산거점 일부를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경우, 설비투자 비용의 일부를 법인세액에서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전체 세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세수를 잠정 포기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산업 전반의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 경제 주축산업 중 하나인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19일 일본 관광청이 발표한 2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도 대비 무려 58.3%나 줄어든 108만 5100명에 그쳤다. 이 같은 감소 폭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4월 62.5%의 감소 폭을 보인 이래 가장 큰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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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를 견인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지방에서는 료칸(일본식 여관) 등 숙박업체가 도산하는 등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전일본항공(ANA)는 4월부터 객실 승무원 약 5000명에 대해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회사가 지정한 날에 휴가를 사용하도록 하고, 급여가 줄어든 부분에 대해선 일부 휴업수당으로 보전해줄 방침이다. 임원과 관리직의 임금도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 9일 도쿄에서 마스크를 낀 한 남성이 닛케이 지수 급락이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 도쿄에서 마스크를 낀 한 남성이 닛케이 지수 급락이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1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나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영향과 관련 민간사업자와 전문가의 의견 청취를 위한 ‘집중 청문회’를 시작했다. 다음 주까지 총 7번에 걸쳐 약 60여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경제대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첫날 프리랜서와 취업준비생 등 1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다. 실제 수요를 파악해 정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타격을 입은 관광업과 세계 부품공급망 차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 관계자들로부터도 의견을 청취할 방침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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