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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만으로는 치매가 일어나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노화(aging)만으로는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뇌와 관련된 질환이 노화와 함께 결합돼야만 뇌의 정상적인 인지 능력(cognitive ability)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Ohio State Univ.)의 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수행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오하이오주립대의 심리학 교수인 마틴 사터(Martin Sarter)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들은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을 비롯한 다른 치매(dementia) 질환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터 교수에 따르면 노화 현상 단독으로는 인간의 뇌에 심각한 유해 작용이 나타날 수 없다고 한다. 이미 뇌에 일종의 중요한 질환이 존재했던 사람들에게 노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만 치매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터 교수는 같은 과의 존 브루노(John Bruno) 교수와 대학원생이었던 제임스 파델(James Fadel)과 함께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 덴버에서 개최된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Society)의 연례 학술대회를 통해 미국 시간으로 6월 6일 발표되었다. 또한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학술지 "신경과학(Neuroscience)", 5월호에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쥐에게 이들이 좋아하는 먹이와 암실 조건을 서로 연동시키는 연구 방법을 사용했다. 이와 같이 암실 조건을 개입시킨 이유는 이로 인해 콜린 작동 체계(cholinergic system)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콜린 작동 체계가 뇌의 기억 영역과 알츠하이머병, 기타 치매 증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콜린 작동 체계의 자극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연구진은 약물을 병행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처리를 통해 쥐의 콜린 작동 체계가 암실 조건과 먹이에 대해 나타내는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서 연구진은 쥐의 체내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세틸콜린은 콜린 작동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주요 화학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태어난 지 4개월에서 7개월 된 어린 쥐들과 태어난 지 24개월에서 28개월 된 성체 쥐를 함께 사용했다. 연구에 사용한 쥐 가운데 일부의 뇌 영역에는 콜린 작동 체계를 파괴하는 뇌 손상(lesion)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뇌 영역에 손상이 있는 쥐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의 양이 모두 감소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 든 쥐와 어린 쥐가 암실 및 먹이 실험에서 각각 나타낸 반응이 동일했던 것은 아니다. 뇌에 손상이 있었던 어린 쥐의 경우에는 암실 조건에서 먹이를 주었을 경우 아세틸콜린 분비량이 한계 분비량(baseline)에 비해 60%에서 12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나이 든 쥐들의 경우에는 단지 20%에서 40%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좋은 대조를 보였다. 나이 든 쥐들의 경우, 콜린 작동 체계의 반응이 훨씬 약한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에 반해서 뇌에 손상이 없었던 쥐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별다른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경우 모두 암실 조건에서 먹이를 주었을 경우 아세틸콜린 분비량이 100%에서 180%까지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사터 교수에 따르면, 나이 어린 젊은 쥐들은 뇌에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콜린 작동 체계가 암실과 먹이에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을 경우에는 같은 조건이더라도 콜린 작동 체계의 반응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이번 연구를 통해 쥐에게서 관찰된 현상이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면 이미 뇌에 병리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노화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 증상이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가설을 유도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학계에 처음 보고되는 내용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 증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번 연구 결과가 노화만으로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노인성 치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사터 교수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어떤 종류의 뇌 손상이 노화로 인한 치매 증상을 유도하는지는 불분명한 상태이다. 다만 콜린 작동 체계를 구성하는 신경 단위 세포(neuron)가 손상을 입을 경우에만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추정할 따름이다. 또한 노화가 이미 발생한 뇌 손상과 어떤 상호작용을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답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은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할 위험이 매우 높은 사람들을 미리 진단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그 증상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원출처] EurekAlert, http://www.eurekalert.org/releases/ : 1999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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