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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자금도 소용없다’ 코로나 공포에 금융시장 바닥 없는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약이 무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조2000억 달러(약 1500조원) 현금을 쏜다고 해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500억 유로(약 1000조원)어치 기업어음(CP)을 사서 돈을 더 푼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아시아 주식시장은 19일에도 우울한 출발을 알렸다. 오전 10시 36분 현재 코스피는 하루 전과 비교해 55.76포인트(3.50%) 내린 1535.44로 거래되고 있다. 1600선이 무너진지 하루 만에 장중 15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투매’ 양상이 한국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 시장만이 아니다. 국경과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합뉴스

같은 시간 홍콩 항셍지수도 전일 대비 29.75포인트(0.13%) 하락한 2만2262.07로 거래되고 있다. 역시 2만3000선이 깨진지 하루만에 2만2000선까지 깨질 분위기다. 대만 자취안지수 낙폭도 크다. 하루 전과 견줘 290.58포인트(3.15%) 떨어지며 8928.09를 기록 중이다. 지난 13일 1만 선이 깨진지 4거래일 만에 9000선까지 붕괴했다. 이날 상승 출발했던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이후 상승폭을 줄여가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 16분(현지시간) 기준 전일 대비 100.03포인트(0.60%) 상승한 1만6826.58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2019년 기준 1900조원)과 맞먹는 자금 살포 계획이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된 세계 금융시장의 병세만 짙어질 뿐이다.

19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매 양상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가 촉발한 세계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충격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ㆍ외환ㆍ현물시장 전체에 타격을 줬다. 실물 경기와 밀접하게 엮여 있는 석유거래시장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하루 사이 24.4% 급락하며 배럴당 20.37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 때 배럴당 20.08달러까지 추락하며 원유 가격 20달러선 붕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항공유, 휘발유, 선박용 석유, 석유화학제품, 발전용 석유 할 것 없이 석유 전 부문에 걸친 수요 급감이 현실이 되가면서 유가가 급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를 웃돌았던 원유 가격이 2달이 채 지나기도 전 3분의 1토막이 났다. 닛케이신문은 “투자자의 불안감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금융시장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 방송은 “최근 며칠 사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내놓은 경기 부양 대책은 유례가 없는 대규모 조치”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각종 봉쇄 대책이 가계와 기업 경기에 타격을 줬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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