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좀 봐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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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 감기가 기승이다. 환절기 큰 일교차 때문에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겨울에 감기환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6월은 4월부터 시작해 1년 중 어린아이 감기가 가장 많은 달이다.

요즘 감기환자 못지않게 많은 소아과 환자가 바로 중이염 환자다. 어린이에게 중이염은 대부분 감기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하정훈 원장(하정훈 소아과)은 “최근 병원을 찾는 아이들 가운데 15% 이상이 중이염 환자”라고 말한다.

어린아이에게 중이염은 아주 흔한 병으로 전체 어린아이의 90%가 최소한 3살까지 한번 이상의 중이염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중이염은 치료하지 않고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어 그리 큰 병은 아니다. 하지만 심각한 경우 합병증이 생기거나 만성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또 한창 말을 배워야 할 시기에 청력에 문제가 생기면 언어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이염은 3살까지 가장 잘 걸리고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되면 많이 줄어든다. 어린아이의 중이염은 대부분 감기를 앓을 때 걸린다. 귀와 코는 이관이라는 관으로 연결돼 있는 이웃사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기에 걸리면 이 이관이 막혔다 뚫렸다 하면서 귀에 균이 들어오거나 물이 차게 된다. 어렸을 때는 이관이 작기 때문에 영향을 더 잘 받는다.

열이 나고 귀가 아픈 게 초기 증상이다. 고름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어린아이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보채거나 귀를 잡아당기면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귀가 아프기 때문에 젖을 오랫동안 빨지 못한다. 하지만 통증은 하루 이틀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부모가 꼼꼼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감염인지 의사에게 보이고 그것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런 급성중이염이 심해지면 삼출성중이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또 처음부터 삼출성중이염으로 시작하는 아이도 있다. 삼출성중이염은 쉽게 말하면 귀안에 물이 차는 것이다. 밖에서 물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안에서 빠져나와야 할 물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특별히 통증은 없다. 하지만 귀에 물이 차면 귀가 멍멍하고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김용재 서울중앙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아주 어린 아이는 자기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특히 말을 배우는 시기에 이렇게 되면 언어발달이 늦어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다니는 아이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학교 적응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아이가 자꾸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가거나 볼륨을 높히면 중이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만약 물이 계속 빠지지 않으면 인공적으로 튜브를 박아 물을 빼내는 수술을 받는다.

하 원장은 “미국에서는 감기치료 때 귀를 검사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감기환자를 치료할 때는 중이염인지 확인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귀가 아프다고 할 때는 물론이고, 감기가 길어지면 치료 도중이나 치료가 끝났을 때, 혹시 중이염에 걸리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오승하 서울대 교수(이비인후과)는 “특히 한번 중이염에 걸린 적이 있는 아이들은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반드시 중이염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이염 확인은 소아과나 이비인후과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중이염을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감기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일단 걸리면 빨리 낫는 것이 최선이다. 감기 외에도 비염, 축농증, 편도선 등이 있으면 중이염에 잘 걸리므로 이런 병들을 먼저 치료해주어야 한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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