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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대만·싱가포르는 성공적 방역, 한국은 속도 늦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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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종 코로나 관련 모범 사례로 싱가포르ㆍ대만ㆍ홍콩을 든 미국 타임지 13일자 기사. [타임 캡처]

신종 코로나 관련 모범 사례로 싱가포르ㆍ대만ㆍ홍콩을 든 미국 타임지 13일자 기사. [타임 캡처]

해외 유력 언론들이 초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실패한 미국을 비판하면서 싱가포르ㆍ대만ㆍ홍콩의 대처법에 대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타임, "한국·일본은 초기 느린 대응으로 확진자 폭증" #FT, "대만은 2003년 사스의 교훈을 실행에 옮겨" #WP, "한국 초기 최악 피해, 이후 공격적 대응 모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 13일 자 홍콩발로 '우리(미국)가 싱가포르ㆍ대만ㆍ홍콩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방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요지는 중국과 인접한 이들 3개국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교훈을 살려 신속하고 기민한 대응을 통해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으며,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18일 오전 현재 대만은 인구 2300만명에 확진자 67명, 싱가포르는 인구 585만명에 확진자 243명, 홍콩은 인구 750만명에 확진자 157명을 기록하고 있다. 타임은 "신종 코로나는 사스의 친척 격"이라며 "사스를 겪은 이 세 국가의 신종 코로나 대응은 신속했다"고 평했다.

대만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는 잡혔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다. 사진은 지난 18일 타이페이 시내 모습. [AFP=연합뉴스]

대만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는 잡혔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다. 사진은 지난 18일 타이페이 시내 모습. [AFP=연합뉴스]

대만의 대처와 관련, 타임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제이슨 왕 정책·결과·예방 연구소장을 인용해 "100m 달리기에 비유를 해보자면 대만은 미리 준비돼 있었기에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만은 중국 본토로부터 81마일(약 13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가장 많은 외부 유입 확진자 케이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확진자 수는 50명(인터뷰 당시 확진자 숫자)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엠마누엘 카포비앙코 국제 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 소장은 "유행성 전염병에 대한 대처는 실제 확산 수 년 전부터 시작된다"라고도 강조했다.

대만은 신종 코로나 대응에 군인도 대거 동원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군인들이 거리 방역에 나선 모습. [AP=연합뉴스]

대만은 신종 코로나 대응에 군인도 대거 동원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군인들이 거리 방역에 나선 모습. [AP=연합뉴스]

타임은 또 중국발 신종 코로나 확산 당시 싱가포르 리센룽(李顯龍) 총리의 차분하고 솔직히 담화와 관련해 그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리 총리는 지난 8일 9분간 생방송으로 대국민 담화를 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자 "공포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며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안심하라"는 요지였다. 타임지는 "위기관리의 아름다운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3개국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한국과 일본에 대해선 평가가 다소 박했다. 타임은 "대만의 신속한 움직임은 역시 중국과 인접해 있으며 발전된 의료체계를 갖춘 한국과 일본과는 뚜렷한 대조(contrast starkly)를 이룬다"면서 "한국·일본은 초기의 느린(sluggish) 대응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고 적었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확진자 수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직전 최악은 지나갔다는 악명 높은 발언을 해 정치적 반발을 불렀다"고,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초기엔 사실상 부재(不在)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리센룽(李顯龍) 총리가 지난 8일 신종 코로나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총리실은 이 영상에 3개 국어 자막을 달았다.                            [싱가포르 총리실 유튜브]

싱가포르 리센룽(李顯龍) 총리가 지난 8일 신종 코로나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총리실은 이 영상에 3개 국어 자막을 달았다. [싱가포르 총리실 유튜브]

뉴욕타임스(NYT) 역시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에서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의 사례에 주목했다. 감염학자인 벤자민 카울링과 감염학 전공 대학원생인 웨이 웬 림이 공저한 기고문을 통해서다. 기고문의 제목은 '그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방지에 성공했다. 방법론은 이랬다'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대만 사례에 주목했다. 지난 16일자에서 FT는 "1월 26일 대만은 사실상 모든 중국 국적 시민의 입국을 금지한 첫 국가가 됐다"며 "사스의 교훈을 대만처럼 효과적으로 실제 행동에 옮긴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드라이브 스루 검진 등 초기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상황에 신속한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FT는 "대만과 싱가포르는 바이러스를 멈췄고, 한국ㆍ홍콩ㆍ일본에선 감염률을 줄이거나 더디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대만과 싱가포르를 가장 주목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 관련 한국의 대응을 높이 평가한 워싱턴포스트 기사. [WP 캡처]

신종 코로나 관련 한국의 대응을 높이 평가한 워싱턴포스트 기사. [WP 캡처]

그럼에도 초기 확산 이후 한국의 대응에 대한 외신의 평가는 대체로 후한 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7일 자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선 고무적인 신호도 있다"며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은 초기 단계에서 최악의 (신종 코로나) 피해를 입었다"며 "그러나 공격적인 대응을 통해 팬더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모범(exemplar)이 됐다"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 성향을 보여온 WP가 단 제목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성공 스토리는 미국이 초기에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강조한다'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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