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을 본격 강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힘든 시간을 유머 감각으로 이겨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어권 유머 사이트엔 “신종 코로나 자체는 절대 우스운 일이 아니지만, 웃지 않고는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겠느냐”는 문구와 함께 ‘신종 코로나 유머 10선’ 등의 포스팅이 올라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오래 안 갈 거야. 왜? 그건 ‘메이드 인 차이나’이기 때문이지!”(일부 중국산 제품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착안한 농담)이 대표적이다. “이젠 바텐더에게 ‘코로나 한 병 주세요, 바이러스는 빼고’라고 주문해야 한다”라거나 “어떤 사람 집이 무너져 구조대가 들어갔더니 비상식량을 너무 많이 쌓아둬서 집이 무너져 변을 당했다네” 등이 있다. “남편과 부인이 신종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시작했더니, 바이러스에 걸리기도 전에 부부싸움 하다 죽었대!”라는 다소 으스스한 농담도 있다.
조심스럽지만 신종 코로나를 소재로 한 농담은 페이스북ㆍ트위터와 같은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인기다. 틱톡(Tik Tok)과 같은 짧은 동영상 공유 앱에서도 관련 영상이 업로드 중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특히 젊은 층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웃기지만 슬픈 이미지 및 영상을 틱톡에 많이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셀레브리티도 신종 코로나 유머에 합류 중이다. 한국어로는 ‘난 괜찮아’로 번안된 올드팝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난 살아남을 거야)’를 불렀던 글로리아 게이너는 틱톡과 유튜브 계정에 자신의 노래를 배경으로 비누로 손을 씻는 사진을 게재했다. “20초만 비누로 손을 잘 씻으면 살아남을 수 있어!”라는 설명과 함께다. 이 사진은 틱톡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SNS의 각 커뮤니티에선 각 성격에 맞는 이미지도 올라온다. 뉴욕타임스(NYT)의 페이스북 요리 커뮤니티엔 지난 14일(현지시간) ‘타바스코 소스 손 세정제’가 올라왔다. 매운 고추 소스인 타바스코를 첨가해 만든 붉은 색 손 세정제다. 라벨에도 ‘타바스코’가 박혀있다. 물론 웃자고 만든 합성 사진.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선 균이 묻어있을 수 있는 손을 얼굴에 대면 안 된다는 점에 착안해, 매운 타바스코 소스를 첨가했다는 발상이다. 커뮤니티에 속한 수백명의 미국인들이 ‘좋아요’ ‘웃겨요’ 등을 눌렀다.
이 커뮤니티엔 이 밖에도 “근처 마트에 비상식량 사두러 갔다가 봤다”며 두루마리 휴지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 사진도 올라왔다. 휴지 사재기가 일어난 상황을 패러디한 케이크다. 가격은 12달러(약 1만4000원)가 넘는다. 글을 올린 이는 “그래도 누군가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네”라며 사진을 올렸고, 공감을 받았다.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인 드라마 '아웃랜더'를 패러디한 이미지도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클레어 뷰첨 프레이저(케트리오나 볼프)가 의사라는 점에 착안해 그의 사진 옆에 '침착함을 유지하고 집에 그냥 있자'는 문구를 넣는 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는 비판엔 일부 코미디언들이 가세했다. 인기 코미디 토크쇼인 ‘더 데일리 쇼’를 진행하는 트레버 노아는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는) 팬더믹(pandemic·세계적인 대유행)일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팬더믹(pandumbic)”이라고 풍자하기도 했다. 팬더믹에 빗대 ‘dumb’(멍청한)이라는 말을 붙여 말장난한 것으로, “총체적 바보”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와이어드 매거진은 “신종 코로나를 두고 농담을 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도 있긴 하지만, 유머 감각은 사람들의 불안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