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난민 소화기계통 ´고통´

중앙일보

입력

북한난민들의 건강실태가 처음으로 조사·발표됐다.

서 일(연세의대 교수)·이윤환(아주의대 교수)·이명근(존스홉킨즈 보건대학원 연구원)씨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 조사는 98년8월부터 12월말까지 약 4개월동안 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서 중국국경을 넘어 찾아온 북한 난민들을 직접 면접조사방식으로 설문한 것으로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짐작하는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조사된 난민의 수는 모두 6백44명으로 분석에는 4백73명의 자료만을 사용했는데 이들 대다수는 10~49세였으며 함경남·북도 노동자 출신으로 남녀별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또 중국 체류기간이 15일이하인 난민이 약50%였으며 현재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난민은 전체의 54%로 중국체류기간이 15일 이하인 난민에서 이 비율은 77%로 더 높았다.

조사대상자가 지난 1년간 앓은 질병은 위장병이 45%, 장티프스 25%, 심장병 25%, 간염 21%, 결핵 9%, 고혈압 7%, 당뇨병 7%순으로 전염성질병의 유병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들이 호소하는 증상을 조사한 결과 소화기계통의 증상이 가장 많았는데 소화불량 및 복통(48%), 설사(33%)가 가장 많았으며 변비증상(19%)을 호소하는 난민도 꽤 됐다.

심장 및 호흡기 질환을 의심케 하는 증상으로 가슴 통증, 누울 때 숨 참, 기침, 가래 등이 있다고 한 경우가 19~29% 되었으며 전반적으로 몸에 열이 있다고 한 경우가 31%, 수면장애 19%, 관절통 17%, 부종 14%, 배뇨곤란 12% 등을 보고했는데 중국체류기간이 15일 이하인 경우가 그 이상보다 증상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북한 난민 가운데 지난 1년간 북한내에서 병원을 이용하거나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 사람은 44%였는데 이 중 97%가 의료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의료이용이 어려운 이유는 의약품 부족(97%), 치료비 부담능력 결여(34%)등을 꼽았다.

서 일교수는 “이 조사결과를 북한주민 전체로 일반화시키는데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북한내 거주하는 주민에 비해 건강수준이 나을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들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인 것을 볼 때 이들에 대한 보건의료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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