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컵반 먹으며 코로나19 대응 근무…사명감으로 일하지만 아쉬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온라인서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됐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의 한 병원 간호사 식사 사진이었는데요. SNS 계정에 자신을 간호사라고 쓴 게시자는 사진에 "코로나 병동 도시락. 대구 모 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먹으라고 주는 도시락(?)이라고 합니다"라고 적었죠. 사진엔 흰 우유 한 팩,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우동, 마파두부맛 컵반이 보입니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한 끼를 처리한 거죠. 대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이 사진이 자신의 병원 식단이라고 소개합니다. A씨가 기자에게 제공한 '직원식 주간메뉴'를 확인하면 지난 3일부터 8일까지의 저녁 메뉴로 햇반 컵반이 제공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17~20일 사이 병원 지하 편의점 20대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신천지 확진자로 밝혀지면서 병원 내부 식당 운영을 멈췄거든요. 내부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예요. 이 때문에 간호사에게 제공되는 식단이 도시락 등으로 바뀐 거였죠." A씨가 제공한 메뉴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컵반은 지난 9일부터 메뉴에서 사라졌어요. A씨는 개선된 식단도 여전히 열악하다는 설명을 덧붙였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간호사들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확실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게 A씨의 생각이죠. A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A씨는 자신이 3월 기준 음압격리병동에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사에 꼭 표기해 달라고 기자에게 요청했죠. 이에 덧붙입니다.

[단독] 대구 병원 간호사 인터뷰

Q. 편의점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고요.

A씨가 기자에게 제공한 병원 내 식사 사진이다. 논란이 일었던 '컵반'이 포함된 모습이다. [소년중앙]

A씨가 기자에게 제공한 병원 내 식사 사진이다. 논란이 일었던 '컵반'이 포함된 모습이다. [소년중앙]

A. 네. 내부 첫 확진자가 편의점에서 나왔죠. 병원 측에서 확진자가 나온 후 직원 대상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그 확진자가 일한 시간대에 편의점을 갔는지, 계산을 했으면 당시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안 했는지 등을 확인했던 거예요. 병원 직원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요. 소수가 마스크를 안 썼고 그들은 당일 바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죠.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편의점은 폐쇄했고요. 방역소독 후 다시 열었습니다. 이후 병원 내 헬스장도 폐쇄됐죠. 헬스장은 코로나19 종료 시일까지 폐쇄합니다. 병원 내부 직원 감염이 발생하면 안 되니까요. 병원 측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의료진도 증상이 의심되는 기침, 발열 등이 있으면 자가격리부터 하죠. 이후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와야 출근합니다. 신천지 확진자 대거 발생 이후 각 병원 차트를 보면요. '신천지 교인' 여부를 기록합니다. 기록지 등에 코로나19 확진자 의료기록물에 '신천지 교인' 혹은 '신천지 교인 아님' 등으로 기록을 하는 거죠. 병원서는 환자에게 기침, 열 증상 등이 보이면 우선 독감 검사를 합니다. 코로나19 검사도 하죠. '음성'이 나와야 일반 병실에 입원을 하는 거고요. 아니라면 음압격리병동(내부 병원체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특수 격리 병동, 이하 음압병동)에 입원하는 거죠. 검사를 먼저 하고 입원을 하는 이른바 '선검사 후입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마스크 지급은 제대로 되나요.

A. 부족합니다. '기부금이 대구에 많이 들어왔다' '대구에 마스크 1만 장이 풀렸다' 등의 소문은 들었는데요.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관련 소식이 병원 내부에는 공유되지 않아요. KF94 마스크는 하루 한 개를 받고요. 병원에 매일 마스크를 신청해 지급받는데 물량이 부족할 때가 있어요. 쓰던 마스크 안에 다른 마스크를 겹쳐 대응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지금 대구에 있는 모든 간호사들이 힘들 거예요. 지난 7일 생긴 새로운 음압병실에는 N95마스크(공기 중 전파되는 미생물로 인한 감염 등을 막는 용도)를 우선 보급합니다. 간호사 등 의료진은 피부가 상할 정도로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이후 근무는.

논란 후 바뀐 식단서 편의점 도시락이 지급되자 A씨는 "판매가 5000원도 안 하는 도시락"이라며 "지인에게 갖다 주니 다 버릴 정도"라고 토로했다. [소년중앙]

논란 후 바뀐 식단서 편의점 도시락이 지급되자 A씨는 "판매가 5000원도 안 하는 도시락"이라며 "지인에게 갖다 주니 다 버릴 정도"라고 토로했다. [소년중앙]

A. 다들 힘들다고 말은 하지만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음압병동에선 한 시간대에 기본 8명이 근무합니다. 사체 처리할 땐 겨우 여자 4명이 운구도 하고 닦기도 합니다. 과정이 어렵고 힘들어요. 속옷까지 다 젖을 정도로 힘든 일인데요. 이후 입던 옷을 처리하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요. 유니폼은 병원에서 일괄 지급받고요. 세탁도 해줍니다. 매일 새로 갈아 입을 수 있죠. 관련 일을 마치면 복귀해서 해당 환자가 있던 병실을 소독하고 정리까지 합니다. 환자도 보고 그런 일까지 하니 정말 힘들죠. 사체 처리라도 감염관리실의 도움 등을 받을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간호사는 환자만 볼 수 있는 환경을 줘야죠. 24시간 환자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은 간호사잖아요. 환자를 충분히 돌볼 여건이 되지 않으니 속상할 때가 있죠. 응급환자 관리, 음압병동 관리, 점심, 이후 일정은 반복되죠. 기본 30분~1시간은 간호 순회를 합니다. 하루 적으면 1번, 최대 6번까지죠. 점심은 일괄 지급받고요. 감염 위험이 있으니 각자 자리에서 따로 먹습니다. 코로나19 관련 인원이 충원돼 그나마 나아진 거예요. 이전에는 다들 쉬지도 못하고 일해서 스트레스가 엄청났습니다. 코로나19 환자 사망자가 나오면 처리 후 혹시 모를 감염 관련해 일주일에 한 번 검사하기로 얼마 전 합의했고요.

대구보훈병원 간호사 B의 이야기도 전할게요. 음압시설이 따로 없어 코호트 격리 병동(감염자가 나온 병원 일부 혹은 전체 시설 등을 의료진 포함해 폐쇄하는 것)을 운영하는 곳이죠. 환자 식사는 격리 도시락으로 병원 식당에서 준비하고 간호사 등 직원도 같은 걸 먹어요. 격리 병동 들어갈 땐 수술복을 입고 그 위에 방호복을 입습니다. 병원서 세탁해 주죠. 사망자가 나올 경우, 확진 환자면 사체 코로나19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음압병동에 모시다가 결과 나오면 격리를 해제합니다.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는 보통 16명이 한 시간대에 근무하고 총 96명이죠. 추가로 고용한 중환자실 근무 인력 10명도 시간대별로 교대 근무를 하고요. 쉬는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진 못하죠. 마스크는 방호복을 입을 때마다 새것을 받고요.

Q. 아쉬운 점은 뭔가요.

[소년중앙]

[소년중앙]

논란 이후 바뀐 식단이지만 A씨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소년중앙]

논란 이후 바뀐 식단이지만 A씨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소년중앙]

A. 인근 동산의료원에 인력이 부족하니 지원받는다는 공고가 나왔던 극초기엔 간호사들이 지원했지만, 말 못하고 힘없는 아래 연차 간호사들이 몸이 안 좋아도 차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19 대응 교육도 이틀 받은 게 다예요.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지만 다들 건강이 안 좋으니 아쉬울 때가 있긴 합니다. 지원 인력을 받을 때 본인 의사를 더 존중해 주길 바라요. 음압병동실 근무 간호사 전체 10명이 유증상을 느껴 검사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일부 간호사는 자가격리 후 복귀했죠. 동산의료원으로 우리 간호사를 지원 보내니 막상 음압병동 간호사가 부족해졌어요. 이후 각 병동서 부족한 인력을 지원받았죠. 그러다 보니 다른 병동도 사람이 부족해 힘들어요. 동산의료원 등으로 차출나간 인원은 모두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그곳에서 일할 겁니다. 간호사, 특히 음압병동 중환자실 등에서 일하는 건 간호전문성이 필요해 단기 인력을 뽑아 대응되지 않아요.

제가 근무를 8시간 한다면 4명이 환자 50명을 보는데요. 거기서 지원 인력이 나가면 3명으로 줄겠죠. 그 인력을 채우려면 다른 병동에서 환자 수를 줄여야 하는 거죠. 간호사가 부족하니 병동을 폐쇄해 환자를 못 받는 거고요. 이 때문에 최대한 일반 환자는 외래 진료로 마칠 수 있게 조치한다고 들었습니다. 환자를 줄이면서 일반 병동 일부를 폐쇄하니 빈 병상에 음압병동 근무 간호사를 재웁니다. 우리 병원엔 기숙사가 따로 없고 외국인이 오면 재울 수 있는 건물이 있거든요. 음압병동 간호 인력을 3교대로 치면 8명씩 총 24명인데요. 24명이 다 그 건물에 들어갈 수 없어 병동 안에서 숙식하게 조치하는 거예요. 일을 연달아 하면 감염될 수 있어 집에 못 갈 수 있고, 집에 가면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는 거죠. 병원 안에서만 숙식 등을 해결해야 하니 면역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대응 근무를 하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은요. 혹시라도 가족 구성원 등을 감염시키는 상황이 올까봐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집에 안 갑니다. 생이별이잖아요. 코로나19 대응이 끝날 때까진 이어질 상황인데요. 확진자가 더 안 나오는 게 간호사 등 일선 의료진을 돕는 방법이죠. 불필요한 모임 등은 최대한 자제하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몇 개월만 참아 주시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환자 등을 돌볼 수 있게 의료진을 돕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끝날지 장기간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니 지금은 다같이 조심하면서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게 서로를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코로나19 예방법을 알려주세요.

A. 코로나19는 건강한 사람도 충분히 걸릴 수 있는 병이에요. 걸리면 폐가 섬유화가 돼 딱딱해지는데 걷거나 말할 때 숨쉬기 힘들어져요. 후유증 관련해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우리 병원 내부에선 이런 의견이 주로 오가고 있습니다. '나으면 되지'가 통용되는 병이 아니에요. 평소 마스크를 잘 쓰고, 손도 잘 씻어야 합니다. 간호사들은 손을 너무 많이 씻어 피부가 상할 정도예요. 종일 마스크 줄이 닿는 귀 뒤 피부도 상했죠. 코로나19를 막으려면 꼭 해야 하는 일, 착용해야 하는 도구니 어쩔 수 없죠. 또,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으면서 면역력을 높여야 합니다. 앞으로 최소 4개월, 최장 올해 말까지 관련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A씨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