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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입고 본 뒤 사던 고가 백화점 명품까지 온라인으로 산다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소비 풍경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하는 선글라스 신상품은 엘롯데, 롯데닷컴 등 온라인몰에서도 동시에 판매 중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하는 선글라스 신상품은 엘롯데, 롯데닷컴 등 온라인몰에서도 동시에 판매 중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회사원 A씨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서 확산하자 보름째 재택근무 중이다.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도 코로나19 때문에 23일까지 휴원하고 있다. 매일 온 종일 가족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그는 10일 아내에게 선물할 명품 핸드백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했다.

A 씨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10일 백화점이 문을 닫자 매장에 직접 방문하기가 꺼림칙했다”며 “가방을 사진만 보고 백화점이 아닌 온라인으로 주문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A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화점이 아닌 온라인으로 가방을 구입했다. [독자 제공]

회사원 A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화점이 아닌 온라인으로 가방을 구입했다. [독자 제공]

지난달 18일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등장한 이후 구로구 신도림콜센터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국내 소비자의 소비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A씨처럼 백화점에서만 구입하던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그간 백화점 제품은 직접 보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고 상품에 서비스 가격을 포함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소비의 마지막 보루였던 백화점까지 방문을 꺼린다. 실제로 지난달 초순 롯데백화점(-20.5%)·신세계백화점(-13.4%)·현대백화점(-10.2%)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명품·패션 판매량 눈에 띄게 늘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한호정 전 미스코리아(왼쪽)와 현대백화점 상품담당자가 트렌치코트를 소개하고 있다. 온라인 소비자는 댓글로 제품을 문의할 수 있고, 하단 배너를 통해서 실시간 주문도 가능하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한호정 전 미스코리아(왼쪽)와 현대백화점 상품담당자가 트렌치코트를 소개하고 있다. 온라인 소비자는 댓글로 제품을 문의할 수 있고, 하단 배너를 통해서 실시간 주문도 가능하다. [사진 현대백화점]

소비자 발길이 끊긴 백화점업계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1일 오후 9시 매장에 입점한 의류 브랜드(지이크)를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신혜지 모델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매장에서 ‘남친룩의 정석’이라는 주제로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유튜브·인스타그램에서 생방송했다. 소비자는 네이버쇼핑 라이브커머스 채널에서 이 백화점 제품을 실시간 구입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도 같은 날 정오에 비슷한 형태로 백화점 제품을 판매했다. 롯데백화점 온라인 쇼핑몰(롯데프리미엄몰)에서 진행자가 비타민·프로바이오틱스를 생방송으로 소개하면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롯데프리미엄몰은 “지난달 25일 같은 방식으로 판매한 1억원 상당의 공기청정기·스타일러를 완판하는 등 온라인 판매가 새로운 백화점 제품 판매망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브랜드 매장에서 쇼호스트와 롯데백화점 라이브 담당자가 실시간 촬영하며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브랜드 매장에서 쇼호스트와 롯데백화점 라이브 담당자가 실시간 촬영하며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 2월 한 달 동안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2월 대비 25.0%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그간 주로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사던 제품의 판매량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품목별로 보면 온라인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품목은 얼굴·머리를 가꾸는 용도로 사용하는 뷰티제품군(+72.8%)이었지만, 명품(+51%·2위)과 패션·의류(+32.5%·3위) 제품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옷·가방처럼 직접 착용하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느낌이 다르다고 알려져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백화점 품목까지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온라인-오프라인 교차 구매 가속화”

어린이집·유치원 등 교육·보육 기관이 문을 닫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애 보면서 일하기’도 중요한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집에서 일하는 동안 자녀가 혼자 놀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품목이 잘 팔린다.

2월 10일~3월 8일까지 최근 4주간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교육용 블록완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9% 늘었다. 코로나19로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용 블록완구는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늘었다(+31%).

외식을 줄이고 가정간편식·배달식으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개월간 즉석밥 관심도가 93.2% 증가했다.

1~2월 CJ햇반·오뚜기밥·동원센쿡 등의 소비자 관심도가 지난해(3만6528건)보다 올해(7만573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매장 뚜레쥬르도 지난달 배달 서비스 매출이 전월보다 6배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조기 영업을 종료한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조기 영업을 종료한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연합뉴스

가끔 한 끼 정도는 외식을 하더라도 이른바 ‘비대면 외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상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의 드라이브스루 상점인 맥드라이브의 최근 3주 매출은 20% 증가했다.

최경희 닐슨코리아커넥트 대표는 “국내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구매를 선호하던 상품과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선호하던 상품이 다소 구분돼있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온라인·오프라인 구매 채널의 전이와 교차구매 현상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소비자의 생활 패턴과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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