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청년 분노 부른 정의당 비례 1번의 ‘대리 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의 ‘대리 게임’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당 후보인 류호정(28)씨가 대학 재학 시절, 지인의 대리 게임으로 등급을 올린 사실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왜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인 류씨는 대학 재학 중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어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아프리카TV 등에서 BJ로도 활동했다. 졸업 후 입사한 게임회사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권고사직한 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홍보부장을 거쳐 정의당에 입당했다. 정의당이 그를 비례대표 첫 번째 순번에 배치한 것도 그의 청년 대표성과 특별한 경력을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건 류씨가 대학생이던 2014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게임 계정을 지인에게 맡겨 티어(등급)를 올렸다가 사과문 게재와 함께 동아리 회장을 사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류씨는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제 계정을 공유했다.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는 사과문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게임 좀 대신해 준 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느냐’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리 게임은 프로 경기에 부정한 선수를 출전시켜 순위를 올리는 것과 같은, 매우 심각한 불공정 행위다. LoL 이용자들 사이에선 등급을 한 단계라도 올리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6월 ‘대리 게임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현재는 명백한 불법이다. ‘조심성이 없어 생긴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프로게이머 출신인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이 “대리 시험을 걸렸다고 보면 된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정의당에 1번으로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의당은 “류 후보가 대리 게임으로 사익을 편취하거나 부정 취업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이정미 공동선대위원장)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공천 심사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중요할 거라고 보진 않았던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공정성 문제에 얼마나 무감각한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이번 논란은 후보자 개인의 차원을 넘어 한국 정치가 청년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정의당은 즉각 류씨의 공천을 취소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것만이 상처 입은 청년들의 정치 혐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