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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민번호로 마스크 사갔다"…경찰, 마스크 5부제 관련 수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오후 1시 40분, 50대 남성 A씨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약국을 찾아 약사에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했다. 출생연도에 따라 A씨가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사는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이미 A씨가 마스크를 구매해 간 것으로 나와 있다"며 "마스크를 팔 수 없다"고 안내했다. 깜짝 놀란 A씨는 경찰에 "내 주민등록번호로 누군가 마스크를 사 갔다"고 신고했다.

12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약국. 편광현 기자

12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약국. 편광현 기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약국에서 A씨의 주민등록번호로 마스크가 판매된 이력을 발견했다. 이에 경기 동부경찰서는 A씨의 이름으로 마스크가 판매된 약국의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는 등 A씨 대신 마스크를 산 사람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해당 구매자의 얼굴이 찍힌 약국 인근 CCTV를 확보했다. 현재 경찰관들이 구매자의 얼굴이 나온 CCTV 캡처본을 가지고 마스크 판매가 일어난 약국 주변을 탐문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구매자는 40~50대 남성이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주변을 활보했다.

단순 오류인가, 의도적 범행인가

다만 이 사건이 단순 오류 때문인지 의도적인 범행으로 인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찰은 약국이 실수로 전산 입력을 잘못했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A씨가 10년 전쯤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뒤 재발급받지 않은 점을 고려해 주민등록증이 도용됐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구매자 동선부터 수사 중이며 경위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CTV로 얼굴을 확보한 만큼 금방 구매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뉴시스]

"마스크 1인 2매 누구도 예외 없다"

현재 정부는 주민등록상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이면 월요일, 2와 7이면 화요일, 3과 8이면 수요일, 4와 9이면 목요일, 5와 0이면 금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

다만 한 번에 살 수 있는 마스크가 한 주에 1인당 2매로 제한됐다. 현재 공적 마스크 공급 물량은 하루 약 1000만개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정부는 마스크 5부제를 발표하며 "1주일에 마스크 1인 2매 구매 한도는 누구에게도 예외 없다"고 밝혔다. 9일 정세균 총리는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마스크 구매 수량을 1인당 2매로 제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정 총리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시 한 약국 앞. [뉴시스]

9일 오전 서울시 한 약국 앞. [뉴시스]

마스크 관련 민원·신고 쏟아져

한편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이 사례와 비슷한 민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측은 "개인정보가 도용돼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는 민원이 콜센터를 통해 상당히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경찰도 마스크와 관련된 수사에 바빠지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마스크 민원·고소가 쏟아져 평소 업무가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익진·편광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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