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낙연 표 더 잠식할텐데"···'오랜 인연' 손학규 종로 출마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서울 종로라는 독배를 들까.

손 전 대표가 다시 기로에 섰다. 호남 3당이 합친 민생당의 수도권 출마 희망자들이 손 전 대표의 서울 출마, 그중에서도 종로를 강하게 요구해서다. 민생당 수도권 출마자는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호 3번이 수도권에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은 손 전 대표밖에 없다”며 “낙선하더라도 종로에 출마해 민생당의 존재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민생당 소속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6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에서 '제3지대 중도개혁 역할과 제주의 미래'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민생당 소속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6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에서 '제3지대 중도개혁 역할과 제주의 미래'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손 전 대표는 종로에 연고가 있다. 그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옛 경기도 시흥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까지 살았지만, 이후 초(매동초)ㆍ중ㆍ고(경기중·고)와 대학(서울대 정치학, 연건캠퍼스 시절)을 모두 종로에서 다녔다. 현재 거주지도 종로다. 2008년 18대 총선 땐 통합민주당 후보로 종로에 출마해 박진 한나라당 후보에게 3.9%포인트 차로 패했다. 민생당 경기 남양주갑 예비후보인 이인희 최고위원은 “손 전 대표가 단식까지 해가며 얻어낸 선거제 개혁이 거대 양당의 꼼수 앞에 무너져 내릴 위기”라며 “양당의 대표 주자와 맞서 마지막 호소를 하는 게 명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정치권 인사는 드물다. 오히려 관심은 출마할 경우,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통합당 대표 중 누구의 표를 잠식할 것인지다. 현재 여론조사와 달리 둘의 대결은 박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손 전 대표가 선전한다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선거전문가는 “현재로선 이 전 총리가 중도층에서 황 대표에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중도ㆍ실용 노선을 견지해 온 손 전 대표는 이 전 총리 측의 표를 더 빼앗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손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앞세운다면, 오히려 황 대표 지지층을 잠식할 수 있다”고 봤다.

손 전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인연이 깊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0년, 당내 비주류였던 이 전 총리를 당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자연히 당시 이 전 총리는 손학규계로 분류됐다. 이 전 총리도 전남지사 시절 전남 강진 만덕산에 칩거(2014년~2016년)하던 손 전 대표를 자주 찾았다. 이런 오랜 관계 때문에 손 전 대표 주변에선 그의 종로 출마를 오히려 만류한다고 한다.

손 전 대표가 종로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체 출마지로는 서울 금천이나 본인이 3선을 했던 경기 광명, 혹은 경기지사 시절 LCD 산업단지를 유치했던 경기 파주 등이 거론된다. 특히 민주당이 3파전을 벌이던 이훈 의원, 이목희 전 의원,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 등을 내치고 최기상 전 판사를 공천한 서울 금천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종로 이외에 출마할 경우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전 대표는 출마 여부 자체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2010년 11월18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그리고 이낙연 사무총장. [중앙포토]

2010년 11월18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그리고 이낙연 사무총장. [중앙포토]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