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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장 "큰 데보다 집 가까운 약국 가는 게 가장 좋다"

중앙일보

입력

9일부터 '마스크 구매 5부제'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한 약국에 마스크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9일부터 '마스크 구매 5부제'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한 약국에 마스크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9일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다. 정부가 공적 판매처에 공급하는 600만장(하루 평균) 중 567만장이 약국에 간다. 전국 약국에 비상이 걸렸다. 일선 약국들이 최근 '마스크 대란'을 경험한지라 5부제 시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8일 "약사회 회원들이 특수부대 요원도 아니고, 너무 고생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비상상황에 우리가 맡긴 했지만, 걱정이 크다. 어떡하든 전국 2만2400개의 약국에서 언제든지 2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 일문일답.

마스크 약국 요일제 판매 앞둔 김대업 회장 #"오전 9시 줄 선다고 살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을 것 # 약국마다 사정 달라 구매 가능 시간 다르다"

내일 오전 9시에 약국이 문 열면 살 수 있나
약국마다 환경이 다르다. 약국별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르다. 통일하는 게 불가능하다. 도매상이 10~11시, 오후 2시에 약국에 배송하는 게 일반적이다. 마스크가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팔 수 없다. 약사들이 위생 장갑 끼고 마스크 2개를 투명 비닐봉지에넣어야 한다. 대량으로 들어온 마스크를 적은 양으로 나누는 소분 작업이다. 게다가 환자 처방전 조제가 밀릴 수도 있어 마스크 판매 시간이 약국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9시에 파는 데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줄을 서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큰 약국에 가면 빨리 살 수 있나.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약국마다 마스크가 250장씩 공급된다. 약국 규모와 관계없다. 한 약국에서 125명이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큰 데 가느니 집에서 가까운 동네약국에 가는 게 유리하다. 
못사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내일은 첫날이라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중복구매가 불가능해지니까 구매하기 편해질 거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맨 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스크 수급 안정화대책 합동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맨 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스크 수급 안정화대책 합동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약사 1인 약국이 힘들 텐데
너무너무 힘든 일이다. 약사회장 입장에서 회원들을 너무 어려운 현실로 몰아넣은 거 같아서 죄송하다. 수욜(11일)부터 마스크 공급업체에 군 인력을 투입해서 소분을 돕겠다고 하니 수월해질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소분 인력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경기도 부천,파주,수원시, 서울 중랑구,부산 등이다. 
마스크 혼란이 어디서 생긴 것인가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시기가 아니다. 나중에는 몰라도. 지금은 주민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마스크를 사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주민센터나 건강보험공단 지사가 왜 팔지 않을까
마스크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데서 팔면 줄이 너무 길어질 것이다. 몇 킬로 갈 거다. 약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 약국이 주민과 관계가 좋아서 약사의 얘기를 잘 이해해준다. 5매 이하로 제한해서 팔 때도 2매만 줄 수 있었다. "뒤에 줄 선 손님을 보시라. 나누는 게 어떠냐"고 설득할 수 있는 데가 약국이다.   
약국이 너무 힘들어한다는데
마스크를 못 산 주민이 화가 나서 "왜 없느냐"고 따진다. 온종일 마스크 찾는 전화가 온다. 약사들이 "약국 문 열기 너무 겁난다"고 하소연한다. 정말 미치고 싶다. 감당이 안 된다. 내일도 수백번 "미안합니다"라고 해야 할 텐데….
팔지 않으려는 데가 없을까  
처음에는 그런(팔지 않으려는) 회원 많았는데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약국의 공공성이 있고, 주민 기대에 부응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물론 소수는 안 되는(안 파는) 데가 있을 수 있다. 나이 많은 약사나 혼자 근무하는 데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대부분은 봉사의 자세로 임한다.
250개 팔면 이윤이 생기나
돈을 버는 게 전혀 아니다. 마스크 파느라 처방전 조제가 다 망가진다. 주민 1명에게 2매 파는데 2분 잡으면 250분 걸린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마스크 한 개에 1100원에 들어와서 1500원에 판다. 부가세(10%)를 제하면 개당 실제 마진은 250원인데, 여기에 소득세 붙으면 10원도 안 남는다. 나중에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수익의 개념으로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국가재난상태에서 약국의 헌신이다.
마스크를 양보하자고 주장하던데
KF 표시가 붙은 보건용 마스크를 (정부가) 조금 과하게 강조된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것의 수요가 커져 공급이 못 따른다. 보건용 마스크가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못 간다. 마스크는 건강한 사람이 외부에서 활동할 때 필요하지 않다. 면 마스크를 대량으로 늘려야 한다. 효과가 보건용만큼 좋지는 않지만 감염 예방에 큰 효과 있다. 보건용 마스크를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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