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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前부사장 재택근무 경고 "잘못하면 주 70시간 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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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전 유럽지부 부사장 브루스 데이즐리. [사진 인플루엔셜]

트위터의 전 유럽지부 부사장 브루스 데이즐리. [사진 인플루엔셜]

브루스 데이즐리(49)는 트위터의 유럽지부 부사장이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담당하는 역할이었고 8년 근무한 후 올 1월 트위터를 떠났다. 트위터에서 일하기 앞서 2008~2012년엔 구글의 런던 지사에서 유튜브 디렉터로 일했다. 1993년 라디오 외판원으로 시작해 출판 회사인 이매프(Emap)에서도 8년을 근무했다.

브루스 데이즐리 e메일 인터뷰

대학 졸업 후 꼬박 27년 직장 생활을 한 그가 트위터를 떠난 이유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데이즐리는 2017년 ‘먹고 자고 일하고 반복하라(Eat Sleep Work Repeat)’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트위터 부사장이 된 지 2년 만이었고 주제는 일이었다. 그가 품은 질문은 다양했다. 일은 무엇인가, 일은 왜 괴로운가, 사람들은 왜 퇴사할까, 정말 퇴사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 우리의 일은 어떻게 즐거워질 것인가.

데이즐리는 자신의 프로필에 “일을 좋게 바꾸는 것에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쓴다. 여러 기업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근무 문화를 소개하고, 일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골라 전하고, 신경과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인터뷰한 그의 팟캐스트는 영국의 비즈니스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데이즐리가 같은 주제와 소재로 지난해 쓴『조이 오브 워크』가 이달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마침 국내에서도 일의 형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코로나 19로 근무 형태가 유연해지는 뜻밖의 변화가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미 지난달에 18만개 기업에 재택 근무를 권고했다.

데이즐리는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이같은 상황에 대해 “재택 근무를 비롯한 유연 근로의 스트레스는 더 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WHO에 따르면 사무실 근무보다 재택근무의 스트레스 레벨이 더 높다. 상사가 자신이 집에서 놀고 있다 여길 것 같다 보고 걱정에 빠지고 불행해지곤 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방안이 없는 이상 개인과 조직 모두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e메일과 상사의 지시를 끊임없이 체크하는 근무자는 재택근무로 근무 시간이 주 70시간에 달할 수도 있다.” 데이즐리는 책에서도 세계의 IT기업들이 재택근무, 유연 근로제를 철회하고 근무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하다”고 한다. 재택근무의 스트레스, 사무실 근무의 ‘프리젠티즘(presenteeism, 그저 출근해서 상사에게 얼굴을 보이는 것)’ 사이에서 이점만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는 올바른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고, 개인의 성향을 고려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그는 각자의 위치에서 일하되 금요일마다 티타임을 가지며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회사 등을 좋은 예로 들었다.

브루스 데이즐리. [사진 인플루엔셜]

브루스 데이즐리. [사진 인플루엔셜]

일이 즐겁기 위해서는 일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도 그가 늘 강조하는 점이다. 데이즐리는 “주 70시간 근무는 주 45시간 근무보다 더 적은 결과를 낸다는 흥미로운 조사를 봤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를 보고도 쉽게 믿지 않는다는 데에서 불행이 시작된다”고 했다. 물론 일이 우리에게 중요하고, ‘좋은 것’이라는 점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은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오래 산다. 일이 그저 바빠 보이는 것 이상의 많은 혜택을 우리에게 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데이즐리가 일 자체의 의미와 가능성을 포착한 것은 트위터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트위터 런던 사무실은 6명으로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직원이 40명으로 늘어났고, 같은 목표를 향해가며 유대감도 끈끈했다.” 그가 생각한 ‘좋은 직장’의 표본이었다. “이 분위기만 잘 유지한다면 계속 좋은 직장이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은 우리에게 스트레스와 부담이 돼갔다. 처음만큼 활력 넘치지도 않았고 퇴사자도 늘어났다. 트위터뿐 아니라 모든 회사가 그렇다. ”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그에게는 일과 직업 자체가 중요한 화두가 됐다. 데이즐리는 “누구라도 일터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퇴사자들은 상사로부터 퇴사하는 것이지,  일로부터 퇴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중요하다”며 “이제 좋은 회사의 요건은 구성원이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해 능력 있는 직원이 퇴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컴퓨터 스크린 앞보다는 샤워 부스 안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아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데이즐리는 좋은 직장을 옮겨 다닌 ‘프로 이직러’로 보이지만,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에서 일한 것을 경력의 시작으로 여긴다. 그에게 최고의 직장과 최악의 직장은 어디였을까. 데이즐리는 “나보다 나은 동료들에게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곳. 그리고 그들과 많이 웃을 수 있었던 직장”을 최고 직장의 조건으로 꼽았다. 반대로 최악의 직장은 고등학교 시절 곳곳의 쥐똥을 치워야 했던 레스토랑으로 꼽았다. “그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자신이 하지 않을 일을 시키는 상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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