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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격리' 무시한 국립발레단···간판 무용수도 몰래 강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우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사과문을 올린 인스타그램.

이재우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사과문을 올린 인스타그램.

 지난달 대구 공연을 마친 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단원 전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국립발레단이 자가격리 기간 중 사설학원 강습 논란을 일으킨 수석 무용수 이재우와 솔리스트 김희현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국립발레단 측은 5일 “곧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이재우와 김희현은 국립발레단이 대구 공연 이후 결정한 자가 격리 기간에 서울 서초동의 모 발레 학원에서 수강생 10여 명을 대상으로 각각 1회씩 강습을 했다. 자가 격리 기간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였고 이재우는 지난달 29일, 김희현은 26일 강의를 했다.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14ㆍ15일 대구에서 공연한 후 예방 차원에서 24일부터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자가격리를 시작하면서 외부 활동도 일절 할 수 없다고 공지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발레단의 ‘간판’인 수석 무용수까지 징계를 받게 되면서 국립발레단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발레단의 무용수는 수석 무용수, 솔리스트, 드미솔리스트, 코르드발레, 연수단원으로 나뉜다. 역시 자가격리 중 지난달 27일 일본 여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대한은 솔로를 맡지 않는 코르드발레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 징계를 받게 된 이재우 수석 무용수는 특히 주목받던 발레리노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연수단원으로 입단했고 집단무를 추는 코르드발레에서 2011년 ‘호두까기 인형’ 왕자 역으로 주역 데뷔해 화제가 됐다. 실력을 인정받아 입단 3년만인 2014년에 솔리스트에서 수석 무용수에서 승진한 스타 발레리노였다. 그는 논란 이후 인스타그램에 “올바르지 못한 판단과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글을 올린 뒤 계정을 닫았다.

특히 두 단원이 강의를 한 발레 학원은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인 김희현이 운영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번 논란에서 드러났다. 국립발레단의 단원들도 수시로 특강을 했다. 김희현은 4일 본지와 통화에서 “내가 아니라 친구가 운영하는 것”이라 해명했지만 발레 학원의 블로그에는 그가 대표로 나와 있으며, 국립발레단 또한 이 점을 조사 중이다. 조사가 끝나면 외부 활동에 대한 별도의 징계위원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국립발레단 측은 또  “단원들이 지위를 이용해 영리활동을 하는 행위와 관련해 앞으로 규정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예술감독의 승인이 있으면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 요건을 엄격히 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재우와 김희현도 이번 강습에 대해 자가격리가 실시되기 전 사전 허가는 받은 상태였다. 같은 수석 무용수인 박예은도 허가를 받고 강습할 예정이었지만 자가격리가 시작되자 취소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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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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