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처럼···매크로 돌려 마스크 싹쓸이, 이런 의심자 100명

중앙일보

입력 2020.03.05 12:00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 소셜커머스에서 매크로(Macro·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를 이용해 마스크를 싹쓸이한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업계에서는 이런 식의 범죄를 저지른 이용자가 100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경찰과 소셜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20대 무직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ID 8개로 마스크 9000장 싹쓸이

A씨는 2월 초부터 지인 8명의 B소셜커머스 ID를 빌린 뒤 매크로를 돌려 마스크 9000장을 구매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에 동원된 컴퓨터는 1대다.
원래 B소셜커머스 측은 컴퓨터 1대에서 여러 개의 ID로 접속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또 ID 1개에 대해 1달 동안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수백 매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A씨의 매크로는 이 같은 규제들을 무력화했다고 한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로마트 서대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로마트 서대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마스크 뜨면 ‘순삭’…매크로 때문이었다

A씨가 사용한 매크로는 새로고침을 빠르게 반복하며 새로운 마스크 상품이 뜨면 바로 살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B소셜커머스에 마스크가 뜨면 순식간에 사라지던데 매크로를 쓰는 것 같다”는 의심이 퍼져왔다. 그 의심이 이번에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A씨는 매크로로 확보한 마스크들을 2배 가격을 받고 되팔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업계 “매크로 싹슬이범 100명 이상”

B소셜커머스는 A씨 같은 범죄자가 100여 명 더 있는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로 확대해 보면 범인 수는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소셜커머스 관계자는 “이런 범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불법 행위가 발견되는 대로 수사의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를 활용해 마스크를 구매하는 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경고했다.

이날 경찰청은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전국 지방청과 경찰서에서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 행위 특별단속팀을 운영하며 총 15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마스크 639만장은 공적 판매처 등을 통해 유통되도록 조치했다.

4일 오후 11시쯤 서울 중랑구 코스트코 상봉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11시쯤 서울 중랑구 코스트코 상봉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마스크 매점매석, 판매 사기도 기승

범죄 유형별로 보면 판매업자나 유통업자가 폭리 등을 취할 목적으로 보관 가능일을 넘겨 보관하는 매점 매석 행위(물가안정법 위반 등)가 가장 흔했다. 또한 공무원 현장점검 방해, 판매량 신고 의무 위반, 불량마스크 제조 등이 적발됐다. 불량마스크 제조의 경우 부산에서 일반 한지 마스크 120만장가량을 기능성 마스크로 속여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한 제조업자가 붙잡힌 게 대표적이다.

마스크 판매 사기에 대한 단속도 활발하다. 경찰은 이날까지 24명을 검거해 18명을 구속했다. 사기 수법은 주로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나 맘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스크를 대량 판매한다”고 속여 돈만 받는 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 행위와 사기 단속에 치안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단속 과정에서 확보한 마스크에 대해선 범정부 합동단속반과 유기적으로 공조해 선량한 국민에게 신속히 유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불법행위를 목격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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