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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피아니스트 같지않다'는 문지영의 자연스런 음악성

중앙일보

입력

자연스러운 음악성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문지영. [사진 더브릿지컴퍼니]

자연스러운 음악성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문지영. [사진 더브릿지컴퍼니]

피아니스트 문지영(25)은 만 19세도 되기 전에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콩쿠르 중 하나에서 우승했다. 2014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콩쿠르였다. 이듬해엔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부조니 콩쿠르는 2000년 이후 우승자를 내지 않다가 15년 만에 문지영을 우승자로 낙점했다. 최초의 동양인이었다.

대형 콩쿠르 석권한 피아니스트 문지영 인터뷰

두 번의 대형 콩쿠르 우승으로 음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지만, 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음악을 해석하는 스타일 덕분이었다. 부조니 콩쿠르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외르크 데무스는 문지영을 두고 “이 시대에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자연스러운 음악성을 발견했다”고 했다. 스승인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은 “요즘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는 화려하고 자극적이지만 문지영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처음 들었을 땐 인상깊지 않을  정도지만 곧 타고난 음악성으로 놀라게 하는 연주"라고 했다.

이런 스타일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전화 인터뷰에서 문지영은 “특별하다기 보다는, 고향 여수에서만 피아노를 치다가 16세에야 서울에 올라왔고 너무나 평범한 연주를 했었다”고 했다. “다만 내가 가진 스타일이 나중에 끄집어져 나왔던 것 같은데 그걸 특별하게 봐주는 것 같다.”

문지영은 “내 스타일이 아닌 작곡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대 위에서도 이 의도에만 집중한다. “음악에는 작곡가들이 남긴 영혼이 남아있는데, 그걸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는 “오히려 이렇게 작품에만 집중했던 것이 나만의 스타일로 보이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콩쿠르는 긴장이 많이 되는 긴 마라톤이지만 그때도 힘을 빼고 오히려 자연스려우려 노력했다고 한다. “완벽함을 추구해야한다는 게 싫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일부러 틀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쳤다.” 모든 부분을 일일이 세공해서 내놓지 않고 대신 큰 선을 긋는 문지영 스타일의 연주는 이렇게 나왔다.

문지영은 세계 무대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 곳곳의 무대에 섰고, 특히 10월엔 영국의 권위있는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 독주회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여기에서 연주한다는 걸 믿을 수 없었고 부담도 컸는데 리허설에서 피아노 소리를 들어보는 순간 편안하고 연주를 기대하게 됐다.” 이렇게 마친 데뷔에 대해 런던의 비평가 크리스토퍼 액서워시는 “신인 피아니스트가 런던을 휩쓸었다”며 “지적이면서도 자유롭고 기품있는 연주”라 평했다.

그는 다음 달 서울 예술의전당 독주회를 앞두고 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을 모두 연주한다. 빠르고 힘있게 이어지는 화음, 두터운 소리로 피아니스트를 지치게 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세 곡을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지영은 “18세쯤 소나타 1번을 들었는데 압도가 돼서 꼭 연주하고 싶었다. 브람스 세 곡을 모두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보일 경악을 무너뜨릴 정도로 잘 정돈된 연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브람스의 생애를 이해하기 위해 책과 자료를 읽고, 교향곡과 가곡의 악보도 찾아 연구하면서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가 진정돼 서울 무대에 설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서울 공연이 끝나면 남미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독주회는 4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돼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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