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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은 찬밥이 아니라 언밥"…선관위에 선거구 또 떠넘긴 여야

중앙일보

입력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혜숙 위원장이 선거구획정안 논의의 건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혜숙 위원장이 선거구획정안 논의의 건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에 “획정안을 다시 제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앞서 획정 기준 합의에 실패한 여야가 선관위의 3일 자체안을 거부하며 재획정을 요구한 거다.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획정위 제출 안은 공직선거법 25조1항에 위반한다”며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 요구를 의결했다. “거리가 지나치게 멀고 교통이 불편하거나, 생활권이 다른 지역이 하나의 지역구가 됐다”, “지역간 의석 불균형이 심각하게 발생, 선거법 취지와 정신을 훼손했다”는 게 이유다.

특히 강원도에서 사상 최초로 6개 시·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미래통합당 이양수(속초-고성-양양) 의원은 “강원도에서 선거 보이콧하자는 말이 나온다. 찬밥도 아니고 언밥”이라고 했다. 서울(605㎢)의 8배 면적(4922㎢)인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에서 국회의원 1명(서울에선 48명)을 선출하도록 설계한 데 대한 반발이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현행 공직선거법(24조 2항)은 국회가 “법 기준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획정위 안을 한 차례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혜숙 행안위원장은 재획정요구서를 통해 “선거법은 농산어촌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번 획정안은 6개 시·군을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하는 등 법 규정을 역행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당초 추진하던 5일 본회의 의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세환 획정위원장(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4일 오후 5시쯤 국회를 출발해 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오후 7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선거법상 새 획정안 제출 시한은 “국회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지만 앞서 획정위는 “재외선거인 명부가 3월 6일까지 작성돼야 한다”며 그 이전에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윤후덕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재외선거인명부 확정은) 16일까지”라고 말했다. 5일 통과가 무산될 경우 다시 본회의를 열어 획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윤 부대표는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원내대표 간에 여러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야가 국회에서 시·도별 의원정수, 인구 상·하한 등 세부 획정 기준을 합의하지 못하고 선관위에 위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획정위가 지금까지 행사하지 않았던 권한을 이번에 독립적으로 처음 행사하다 보니 시·도별 정수 조정에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전혜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합의를 못 한 우리 책임”이라며 “여야가 합의 못 한 상황에서 획정위가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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