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웨이하이 한국인 격리 진실…"바닥난방 호텔에 한식 제공"

중앙일보

입력 2020.03.04 05:01

업데이트 2020.03.04 11:41

정동권 웨이하이 한인회장 인터뷰

지난달 25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에 대해 방역 요원이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지난달 25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에 대해 방역 요원이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지금 중국에선 해외 입국자를 경계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때문이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면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지방 정부가 14일 동안 격리한다. 한국인도 예외가 없다.

韓 중요한 웨이하이, 한국인 대접
산둥성 코로나 확진자 거의 없어
확진자 많은 광둥·상하이는 민감
한국인에 과도한 조치 실제 있어

한국인이 중국에서 격리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지난달 25일이다. 이날 산둥성 웨이하이(威海) 방역당국이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167명을 전원 격리 조치했다. 한국인도 19명 포함됐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인 격리조치가 잇따라 이뤄졌다.

일부 지역에선 한국인을 대상으로 과도한 조치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광둥성에선 격리 비용을 한국인에게 자비 부담하게 하려다 철회했다. 안후이성에선 한국 교민 아파트 현관에 각목이 설치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후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동권 웨이하이 한인회장. [사진 정동권]

정동권 웨이하이 한인회장. [사진 정동권]

과연 현지 한인이 보는 격리 조치 상황은 어떨까. 3일 정동권 웨이하이 한인회장과 통화했다. 정 회장은 “한국인에 대한 격리 조치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며 “웨이하이는 호텔에서 한식까지 제공하고 비용도 모두 당국이 부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고, 한국과의 경제적 연관성이 덜한 다른 지역에선 한국인에게 과도한 격리 조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 검역이 강화된 모습. 이날 제주발 여객기로 도착한 한국인들은 중국 지방정부에 의해 격리됐다. [독자제공]

지난달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 검역이 강화된 모습. 이날 제주발 여객기로 도착한 한국인들은 중국 지방정부에 의해 격리됐다. [독자제공]

-웨이하이에서 격리 대상은 누구인가
“웨이하이로 들어오는 국제선 여객기는 한국에서 오는 것 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항공기 탑승자가 격리 대상이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마찬가지다. 격리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한국인은 약 200여 명 정도다. 대부분 웨이하이에서 사업이나 직장 생활을 하는 교민이다. 관광객은 현재 안 들어오고 있다.”

-격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한국발 비행기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호텔에서 1주일 격리, 나머지 1주일 자가격리를 하는 게 원칙이다. 발열을 의심하는 기준 체온이 37.3도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 기준인 37.5도 보다 낮다. 일단 공항에서 발열 체크를 해 체온이 높은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다. 병원에 가는 사람은 하루 평균 5~6명 정도다. 병원으로 가면 2차례 코로나19 관련 검사를 받는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호텔로 또는 집에서 역시 14일 동안 격리돼 지낸다.”

-호텔로 가는 분들은 어떻게 관리를 받나
“공항에서 발열이 없어 호텔로 격리된 탑승객은 5일 동안 2차례 검사를 한다. 여기서 두 번 다 음성이 나오면, 최종적으로 핵산검사까지 받는다. 핵산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33시간이 걸린다. 호텔에서 지내는 일주일 내에 음성 판정을 받게 되는 셈이다. 만일 최종 음성이면 호텔 생활 일주일 만에 집으로 갈 수 있다. 물론 집에 가서도 일주일간 격리를 해야 한다.”

정동권 회장(가운데)이 산둥성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인 격리 조치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정동권]

정동권 회장(가운데)이 산둥성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인 격리 조치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정동권]

-호텔 생활은 어떤가
“호텔에 격리돼 있는 인원은 한국인과 중국인 포함해 200명 정도다. 격리는 웨이하이 시내 6개 호텔에서 이뤄진다. 공기 난방이 아닌 개별 바닥 난방이 되는 곳으로 해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한다. 한국 언론에 나온 지난달 25일 격리된 한국인 19명은 어제(2일) 음성으로 나와 호텔에서 다 귀가 조치가 됐다. 다만 이중 8명은 거주지를 구하지 못했거나 혹시나 가족이 감염될까 봐 나머지 격리 기간도 호텔에서 지내겠다고 했다.”

-광둥성 등에선 격리된 한국인에게 숙박 등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라고 요구했다는데
“웨이하이에선 그렇지 않다. 호텔에서 지내는 숙박과 식사 비용 모두 웨이하이시가 부담한다. 한국인에게는 별도로 한식을 제공하고 있다. 운동시설까지 제공한다.”

지난 3일 정동권 회장(가운데) 등 웨이하이 한인회가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웨이하이 한인회]

지난 3일 정동권 회장(가운데) 등 웨이하이 한인회가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웨이하이 한인회]

-호텔에서 집으로 간 분들은 어떻게 되나
“한국의 동사무소 격의 공공기관 직원이 나와 격리자의 집 앞까지 데리고 간다. 집안을 소독해 감염 우려를 차단한 뒤 자가 격리를 시작한다. 음식 등 생필품은 담당 공무원에게 위챗으로 연락해 요청하면 구매해 가져다준다. 결제도 공무원이 하고 나중에 격리자가 위챗으로 구매 금액만큼만 지불한다. 자가 격리 후 7일이 후 증상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동사무소에서 통행증을 발급해 준다. 이 통행증이 있으면 산둥성 내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경제활동 등 일상생활에 제약이 없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자가 격리된 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한 생필품을 자원봉사자들이 나르고 있다. [신화망 캡처]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자가 격리된 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한 생필품을 자원봉사자들이 나르고 있다. [신화망 캡처]

-웨이하이 지역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어떤가
“현재 웨이하이는 현재 지난달 13일 이후 추가 확진자가 18일간 나오지 않고 있다. 2일 기준으로 확진자 38명 확진자 중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사람이 5명 밖에 안 남았다. 33명은 완치돼 퇴원했다. 그래서 웨이하이 정책은 간단하다. 외부에 오는 위험 요인만 차단하면 안전하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항공기 탑승객 격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중국 하이난다오에선 생산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 [인민망 캡처]

중국 하이난다오에선 생산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 [인민망 캡처]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 상황은 어떤가
"춘제(春節) 이후 일부 생필품을 파는 대형 마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달 14일 이후 온라인 배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당국에서 방역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따진 뒤 가게 영업도 허용하고 있다."

-한국에선 중국 당국이 한국인에게 과도한 격리 조치를 한다고 우려한다
"웨이하이에선 그렇지 않다. 웨이하이시와 웨이하이 한인회가 협의해 자가 격리자 가족이 머무를 별도의 한국인 전용 호텔을 운영할 정도다. 자가 격리자와 함께 살게 되면서 기존에 감염 증상이 없던 가족들까지 자가격리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방역 요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하며 주민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방역 요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하며 주민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과는 다르다
“저도 그점이 답답했다. 한국 언론에 중국 당국의 격리 조치와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만 나와서. 웨이하이를 비롯한 산둥성은 다른 지역과 상황이 다르다. 이곳은 산둥성 부성장, 웨이하이시 당서기 등 핵심 간부들이 한인 커뮤니티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만일 다른 지역처럼 한국인 아파트 현관 등에 출입 금지문이나 각목을 붙이는 행위를 하면 엄벌하겠다는 약속을 웨이하이시 당서기가 내 앞에서 했다. 나를 만나는 자리에서 산하 국장들에게 지시했다. 산둥성 부성장도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왜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는가
”산둥성의 상황을 알면 이해가 된다. 산둥성에선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한국과 경제적 교류가 깊다. 웨이하이시는 특히 한국 때문에 먹고사는 곳이다. 현지 한국 기업의 비중도 크다.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가 한국과의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우리도 어려움이 있으면 수시로 당국에 연락해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방은 과도한 격리 정책을 펴는 듯하다
"그런 것 같다. 다른 지역 한인회장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상황을 듣는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광둥성이나 상하이, 안후이성 등에선 한국인에 대한 과도한 경계가 있다. 상하이에선 한인회 사무실 문도 못 열 정도라고 한다."

-왜 그렇게 할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고 여전히 추가 확진자가 나와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 갑자기 코로나19 환자가 불어나지 않았나. 그러므로 이 지역들도 불안한 것이다. 여기에 산둥성이나 웨이하이만큼 한국과의 경제적 밀접도가 높지 않은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거리낌 없이 한국인에게 과도한 격리조치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이럴수록 한국 교민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둥성에서도 옌타이나 칭다오에서 일부 한국인 자가 격리자가 당국의 지침을 어기는 사례가 나온고 한다. 위챗 단체 채팅방을 통해 교민들에게 모범적으로 행동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이젠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중국보다 더 심한 것 같다
“그렇다. 한국 기사를 매일 보고 있어서 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입국한 한국인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라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 교민들에겐 큰 상처였다. 그럼에도 현지 한국 교민들은 한국의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뭐라도 돕고 싶어 한다. 웨이하이시와 웨이하이 한인회 차원에서 대구·경북 지방에 마스크를 무료로 전달하려 한다. 마스크 20만 장을 웨이하이시가 확보해 한국에 보냈다고 한다. 최종 절차가 끝나면 부족한 곳에 전달될 것이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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