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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누구 찍을지 못 정했다” 지역구선 45% 비례는 5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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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15 중도 표심에 달렸다〈상〉 

국민 3명 중 1명은 중도였다. 이들 대부분은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절반 가까이 어디에 투표할지 정하지 않았다. 설령 정했더라도 번복할 의향이 제법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그렇다고 정권 견제론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도 아니었다. 4·15 총선까지 40여 일 남겨둔 시점에서 중도의 마음이다. 중앙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양일간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 결과다. 이때 중도는 스스로 판단하는 이념이 아니라 남북관계·최저임금·부동산 등 정책에 대한 입장을 통해 재분류한 ‘정책 이념’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 50% #정권 안정론 42%, 견제 41% 팽팽 #투표율 변수, 63%만 “반드시 할것” #20대 두명 중 한명 “나는 중도층”

전화조사에서 정책 이념상 중도는 36.5%를 차지했다. 진보(31.2%)·보수(32.2%)와 3분 구도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태다.

진보 62% 민주당, 보수 47% 통합당 지지

지지 정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지 정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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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총선에서 ‘어느 정당이나 단체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중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답한 비율은 24.9%로 미래통합당(14.2%)을 상회했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45.2%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중도에서의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당 34.9%, 통합당 20%였다. 지지 정당은 있지만 그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압도적 다수의 진보가 민주당(61.6%)에, 절반 가까운 보수가 통합당(46.7%)에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차이가 있다.

현재의 표심이 40여 일 후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의 지지를 바꿀 수도 있느냐란 질문에 중도에선 5명 중 한 명(18.7%)꼴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 비율이 진보(9.2%)나 보수(12.3%)에선 절반에 머물렀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지지를 변경하지 않는 ‘극단적 지지층’이 선거 결과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지지해 온 정당이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일 때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합리적 중도가 결과를 바꾼다”고 설명한다. ‘스윙 보터’(부동층 또는 투표 때 지지하는 대상이 달라지는 층)인 중도가 총선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4·15 총선 때 지역구에선 어느 당에 투표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4·15 총선 때 지역구에선 어느 당에 투표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례대표 선거도 유사한 패턴이다. 어디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중도의 절반 이상(52.2%)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다음이 민주당(19.3%)-미래한국당(13.1%)-정의당(4.7%) 순이었다. 통합당의 비래 정당인 미래한국당엔 보수(44.8%)의 투표 의사가 집중됐지만, 진보에선 민주당(44.0%)과 정의당(19.2%)으로 나뉘는 양상도 보였다. 이른바 진보의 ‘전략적 분할 투표’다.

중도의 흔들리는 마음은 문 대통령과 총선 구도에 대한 시선에서도 드러난다. 중도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 평가(50.2%)가 긍정 평가(42.7%)를 압도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인 민주당에 표를 줘야 한다’는 안정론(41.7%)에 공감하는 비율이 근소하게나마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인 통합당에 표를 줘야 한다’는 견제론(40.5%)을 앞섰다.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에도 민주당(39.7%)-통합당(23.7%) 순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강하나 야당으로의 표 이탈로까지 이어지진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비례대표에선 어느 당에 투표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례대표에선 어느 당에 투표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도의 파괴력을 키우는 또 다른 요소는 세대·지역 특징이다. 18~29세의 절반(49.3%)이 중도로 분류됐다. 121석(선거구 획정위안)의 혈전이 벌어지는 수도권에서도 중도 비중이 높았다. 인천·경기에선 40.4%, 서울에선 39.9%였다. 중도의 마음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수도권 판세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전체적으로 민주당(11.3%)·통합당(10.4%)에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낮으면서도 안정론(33.8%)보단 견제론(47.7%)에 기울어 있다. 다만 중도의 투표 의사가 낮은 게 변수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은 62.7%에 그친다(전체 73%). 20대도 절반(50.3%)만 적극 투표층이다.

대선 지지도 이낙연-황교안-이재명 순

안정론 대 견제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안정론 대 견제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 조사에선 차기 대통령 적합도도 물었다. 전 국민 대상에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6.1%로 압도적 1위였다. 2·3위는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인데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13.2%인 데 비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12.9%였다. 한국리서치 관계자는 “20~40대에서 이 지사에 대한 지지가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와 관련 있을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같은 2.5%를 기록했다.

이념별로는 중도에선 이낙연(23.7%)-이재명(13.2%)-황교안(8.3%) 순으로 높았다. 진보도 비율만 다를 뿐 이낙연(47.9%)-이재명(18.7%)-박원순(3.4%) 순인 데 비해 보수에선 황교안(29.9%)-이낙연(7.7%)-이재명(7.0%) 순이었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ockham@joongang.co.kr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6~27일 이틀 동안 유무선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유선 비율 9.3%, 무선 비율 90.7%). 응답률은 22.1%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오차 보정 방법 성별, 연령, 지역별, 가중 값 부여, 2020년 1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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