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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미래] 나도 혹시 탈모?…택배로 유전자 검사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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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유전자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다양한 특성이 새겨져 있다. 조상 찾기, 탈모 가능성, 알코올 분해 능력, 지구력·단거리 운동 적합성 등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타고난 유전자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월한 유전자’란 표현이 있듯 유전자는 적지 않은 것을 말해준다.

주량·불면증 등 56개 검사 가능 #전화신청 후 집에서 검사키트 받아 #면봉으로 입안 피부 세포 묻혀 반송 #업계 “미성년 불가 규제 풀어야”

택배를 이용해 간편하게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마크로젠·테라젠이텍스·이원다이애그노믹스·랩지노믹스 등이 일제히 관련 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DTC(소비자 직접의뢰) 인증제 시범사업’을 통과한 기업이다. 대상은 복지부가 허용한 ‘개인의 특성이나 건강’에 관련한 56개 유전자 검사 항목이다. 이전에는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이 혈압·혈당·탈모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됐다. 서비스 이용이 거의 없었던 이유다.

급증하는 글로벌 유전자 검사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급증하는 글로벌 유전자 검사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는 3일 비의료기관용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진스타일 웰니스 55+’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에는 그동안 허가되지 않았던 항목이 많이 포함됐다. 각종 영양소(비타민D·코엔자임Q10 등) 및 유산소 운동 적합성, 기미·주근깨 등 피부 미용, 원형 탈모 등 모발 관련 항목이다. 건강 및 개인 특성 관련 항목도 추가됐다. 식욕·포만감 등 식습관, 각종 맛 민감도, 알코올·카페인 의존성, 불면증, 비만, 아침형 또는 저녁형 인간, 퇴행성 관절염 감수성 등이다.

검사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나 전화로 유전자 검사를 신청하면 택배를 통해 집에서 검사 키트를 받아볼 수 있다. 면봉으로 입 안쪽의 피부 세포를 묻힌 뒤 키트에 넣어 다시 택배로 보내면 된다. 검사 기간은 최대 2주일이며 비용은 29만원이다.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대표는 “올해 추가로 진행되는 정부 인증 사업에도 참여해 서비스 가능 항목을 지속해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조상찾기(유전자 혈통분석) 서비스 ‘유후(YouWho)’ 등 54개 항목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지난달 28일 출시했다. 국내 기업 중 조상 찾기 서비스를 하는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정가는 21만9000원이지만 당분간 할인가(1만4900원)로 판매한다. 다음 달부터는 피검사자의 모계와 부계 조상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도 알려줄 예정이다. 미토콘드리아와 Y염색체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다. 마크로젠도 4일부터 29개 항목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네이버 스토어를 통해 시작할 예정이다.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바이오 업계는 미국 등과 비교해 한국에선 아직도 풀어야 할 규제가 많다고 호소한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에선 미성년자는 DTC 유전검사를 할 수 없다”며 “운동적성 검사는 성년보다는 미성년 때 받으면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타 항목도 개인 건강관리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규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또 “미국의 경우 DTC 검사 항목에 암까지 들어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가 허용한 56개 항목은 건강관리나 개인특성 등에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관련 기업의 역차별 해소뿐 아니라 개인 건강관리 차원에서라도 항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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