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한류로 부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 다롄시 공무원들이 12일 경기도 여주군의 한 농장에서 수경재배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여주=신동연 기자

12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성신리 마을. 중국 다롄(大連)시 소속 공무원 20여 명이 수경재배(배양액 농사법) 농장을 찾아왔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를 몸으로 체험하기 위해서다. 위취안성(于全生.50) 다롄시 농업부 처장은 "중국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깊이 새겨 돌아갈 것"이라며 옷에 그려진 새마을 마크를 들어보였다.

교육생들은 농장에서 준비한 토마토와 수박 한 덩이를 놓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농장 대표 원광희(68)씨가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농장을 운영해 비닐하우스마다 연간 1억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말하자 수첩에 적으며 관심을 나타냈다. "인터넷으로 백화점과 직거래하는 시스템도 갖췄다"는 설명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후에는 마을의 한 공동 빌라를 찾았다. 낙후된 농가 20여 채를 허물고 새로 지은 도시형 빌라다. 이들은 "빌라 내부를 보고 싶다"며 입구까지 줄을 섰다. 대형 TV.냉장고 등을 갖춘 빌라 내부와 첨단 농기계를 구비한 공동 창고 등을 둘러보며 "새마을운동을 활용하면 중국 농촌의 도시화도 가능한가요"라며 질문을 쏟아냈다. 좡제(庄杰.57) 다롄시 인사국 처장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함께 잘 사는 마을을 만들어 낸 새마을운동의 힘을 실감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 '한류'로 거듭나는 새마을운동=지금의 50~70대들이 과거 한국 경제 발전의 '엔진'으로 삼았던 새마을운동이 '한류(韓流)'로 거듭나고 있다. 새마을운동 교육차 방한한 중국인은 올 7월까지 188명.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30여만 명의 공무원을 한국에 보내 교육받도록 할 방침이다.

베트남.필리핀.러시아.콩고.몽골 등지에서도 새마을운동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현재까지 133개국에서 4만여 명의 외국인이 방한해 새마을 교육을 받았다. 4~5일씩 합숙하며 교육을 받는 정규 과정에는 1700여 명의 외국인이 참여했다. 정규 과정은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추진 방법 등을 배우는 '이론 수업'과 고소득 농가 등을 방문하는 '현장 학습'으로 진행된다. '1일 교육' 수강생의 경우 2000년 13개국 341명에서 지난해 27개국 821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 왜 새마을운동인가=서울대 박효종(국민윤리교육) 교수는 "60~7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낙후됐던 우리 농촌이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자생적인 역량을 계발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야 농촌문제에 직면하게 된 제3세계 국가들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해나 전쟁 피해를 본 국가들의 관심도 높다. 이라크 아르빌 지역 공무원 20여 명은 최근 한국을 찾아 새마을운동의 추진 방법을 배워갔다. 교육에 참가했던 이스마엘 무하마드(61) 이라크 살라하딘대 교수는 "한국이 전쟁 폐허 속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새마을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라크 재건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로 직접 찾아가는 '방문형 새마을운동'도 활발하다. 방문형 새마을운동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를 경험했거나 장기간 빈곤 상태인 지역에 '경쟁 원리'를 도입해 마을 전체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경기도 새마을부녀회는 몽골 나랄이흐군(郡) 알타이 마을에서 '기계 은행'을 운영 중이다. 기계 은행이란 재봉틀.목공기계 등 가내수공업에 필요한 기계를 대신 구입해 주고 1년 내로 갚도록 하는 것이다. 돈을 갚으면 기계를 추가 구입해 다른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갚지 못할 경우 기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콩고 새마을운동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프레이 룽굴라(46)는 한국에 보낸 편지에서 "콩고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근면.자조.협동 등 새마을운동 정신이 절실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foneo@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