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제범죄인 북한 위폐, 한국만 외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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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정부의 공안부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 위조화폐와 돈세탁 방지 등을 위한 5개 항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위조달러와 관련된 금융정보를 미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 중국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에서 보여준 양국의 대북(對北) 공동보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중국을 현 국제체제에서 '동등하고 중요한 성원'이라는 입장을 지난해 정했다.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이 언급한 '미.중 관계는 이익상관자(stakeholder)'라는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양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국제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상호협조해 나가자는 의미다.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당연히 해야 할 책임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북한의 위폐 유통 같은 불법행위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사안에서 북한에 동조했다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곤두박질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중국도 국제범죄에 대해서는 이렇게 단호한데 유독 한국 정부만이 아직도 북한의 범죄행위까지 감싸는 듯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국제경찰기구인 인터폴이 북한의 위조달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회의에 불참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경찰은 '하루만 열리는 회의에 예산을 쓸 필요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있다. 이런 이유를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북한 눈치보기의 극치다.

위폐문제는 국제범죄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세계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당연히 공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런 판에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북한을 변호하고, 인터폴 회의에도 불참한다면 한국은 '북한과 비슷한 국가'라는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이 나라는 국제사회의 미아가 되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보인다. 고립을 자초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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