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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고법, 코로나19 사태에 화상회의 재판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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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고등법원에서 방역 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법정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고등법원에서 방역 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법정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법원장 김창보)이 장기화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2일 일부 민사재판부에 한해 원격 영상재판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의 코로나 휴정 기한이 6일로 종료되는 상황에서 원고와 피고,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법원에서 제공한 화상회의 프로그램 'Vidyo'를 각자 컴퓨터에 설치해 자택이나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재판을 받게되는 것이다. Vidyo는 미군과 구글, 나사와 원격의료 분야 등에서 사용되는 화상회의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화상회의 재판과 관련해 기술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일부 민사재판 변론준비기일만 적용 

복수의 서울고법 관계자에 따르면 2일 오전 김창보(61) 고등법원장과 강영수(54)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 선임 부장판사, 서울고법 민사 재판장을 맡고 있는 김형두(55), 권순형(53), 기우종(53) 판사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화상회의 재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회의에선 민사재판에 한해 재판 전 변론준비기일을 화상회의 방식으로 운영해보자는 논의가 제기됐고 김형두·권순형·기우종 재판장이 "재판부 구성원들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화상을 통한 변론준비기일을 적극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기 전 원고와 피고가 재판에서 다룰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하는 절차를 말한다. 화상회의 재판에 동의한 각 재판부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변론준비기일을 앞둔 사건 관련 소송 대리인에게 화상회의 재판 동의 여부를 타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일부 출구가 통제되어 있다.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림에 따라 이날부터 출입통제 등 대응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일부 출구가 통제되어 있다.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림에 따라 이날부터 출입통제 등 대응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일부 판사들 사이에선 "민사소송규칙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민사소송규칙상 재판장은 변론준비기일을 열거나 양쪽 당사자와 음성의 송수신 등 동시 통화를 통해 변론준비절차를 협의할 수 있다. 화상회의 재판은 이 규정 등을 근거로 추진됐는데 관련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급박한 코로나19사태 반영한 결정"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에게 보낸 전체 이메일에서 "법관님들의 의견을 더 충실히 듣고 심층 검토를 거친 후 법령 정비 등도 논의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단 현재의 급박한 상황에 비추어 현행 법령 내에서 재판부의 독자적 결정에 따라 적절히 운용해 주시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016년 9월 법원행정처가 약 50여억원을 들여 도입한 원격영상재판 시스템은 법원 내 활용도가 낮아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되곤 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고법 화상회의 재판 결정에 관여한 강 수석부장판사가 2018년 6월 '정보화 시대 영상재판' 심포지엄 개최 등을 총괄하며 법원 내부에서 화상회의 재판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

박종우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재판 지연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재판 당사자인 시민들의 권익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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