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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공장 뚫리면 생산망 붕괴"...출장 자제하고 방역 기준 높인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서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공사를 본격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말 열려던 기공식을 취소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서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공사를 본격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말 열려던 기공식을 취소했다. [사진 삼성전자]

한국인 입국을 막는 동남아시아 국가가 추가되면서 한국 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동남아 입국 금지를 지켜보는 국내 기업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당장 베트남 등 동남아 출장길이 막혔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이 지역에서 확산될 경우 동남아 생산 및 공급망이 입게 될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재원 입국 금지 등으로 인한 눈앞에 보이는 피해보다 코로나19가 베트남 등에서 확산될 경우 공장 폐쇄 등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로 잡아놨던 하노이 모바일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지상 16층·지하 3층으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건설비 2600억원)를 자랑하는 R&D센터 기공식은 이 회사엔 의미가 적지 않았다. 이재용(52)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주요 경영진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지역 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행사를 포기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1억5000만대를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베트남 공장이 코로나19로 폐쇄될 경우 스마트폰 글로벌 공급망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베트남 정부 결정을 마냥 비판할 수도 없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베트남 등에 생산 시설을 둔 한국 기업은 바이러스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에서 스판덱스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효성은 지난달 초부터 현지 공장 방역을 한국 수준으로 올렸다. 효성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달 초부터 사내 워크숍 및 회식과 세미나 참석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베트남 공장에도 적용했다. 효성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한국에 적용한 방역 기준을 베트남 현지에서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S그룹은 한국 본사에서 베트남 지사에 파견된 주재원과 공장 직원의 건강을 직접 관리한다. LS그룹 계열사 LS산전은 매일 한 차례 주재원 등을 상대로 체온을 재 본사에 보고하도록 베트남 법인장에게 지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부터 본사 직원의 베트남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LS산전 관계자는 “주재원의 외부인 미팅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LG·LS그룹 등 동남아에 대규모 공장을 둔 기업은 현지 주재원에게 외부 인력 접촉 최소화를 지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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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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