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사의 일기] "10분도 안돼 땀 범벅··도움 손길에 울컥·"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칠곡 경북대병원 소속 박지원(27) 간호사. [사진 박지원]

[박지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간호사 1-첫 근무를 마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퍼지면서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여기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손들고 나선 이들 중에는 만 4년차인 박지원(27) 간호사도 있다. 그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현장을 직접 뛰며 배워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박 간호사의 눈으로 본 코로나19 현장의 모습을 연재한다.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자원해 근무 중인 박지원 간호사가 첫 근무를 마치고 쓴 손편지다. [사진 박지원]

오늘 코로나 지정병원에 가서 첫 파견 근무를 했다! 왜 자원을 하게 됐는지 정확한 내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가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출근 전날 많이 무섭고 떨려서 뜬눈으로 지새우다 1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

첫 출근을 하고 병동을 배치받고, 생애 첫 방역복을 입은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보안경까지 습기가 차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종종 있었다. 어지러웠지만 잠깐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괜찮아지길 기다렸다.

함께 일하는 간호사·의사들도 모두 초면이었지만, 같은 뜻으로 모인 사람들이기에 금방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힘이 되어주었다. 또 직접 가서 보니 의료진뿐만 아니라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해주시는 분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원봉사해주시는 분들 등등 정말 많은 분이 오셔서 도움을 주시는 모습에 오늘 몇번이나 울컥하기도 하고, 미소 짓게 되었다.

전국 곳곳, 또 중국에서도 맛있는 간식, 영양제,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셨고 하루하루 더 많은 것을 보내주신다는 이야기에 또 한 번 감동했다. 환자분들은 감사하게도 대부분 컨디션이 좋아 보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번씩 들어갈 때마다 안부를 묻고, 같이 힘내서 빨리 집에 가자는 말뿐이었지만 다들 웃어주시고 고마워해 주셨다.

아직 하루밖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평상시 근무보다 피로감은 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 같다. 그래도 응원해주시는 분들, 맞서 싸우고 계시는 모든 의료진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 힘을 내야겠다. 더 이상의 확진자들이 생기지 않기를, 환자분들이 빨리 완치하기를, 우리나라가 금방 극복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힘내라대구 #힘내라대한민국
-첫 근무를 마치고-

정리=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