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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동병상련’ 韓·中·日…세계 경제 폭탄 되나

중앙일보

입력

동병상련(同病相憐)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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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현 상황이다. 세 나라 모두가 코로나19 습격으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건 중국이고 한국과 일본이 응원과 구호의 손길을 보내는 모양새였다.

상황은 2주 만에 급반전 됐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빠른 나라가 됐다. 3월 1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3736명이다. 일본도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 선박 다이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을 포함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한다. 물론 중국은 증가세는 줄었다지만 여전히 누적 확진자 약 8만명, 사망자도 3000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최대 발생국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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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지도자가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것도 비슷하다. 상황이 끝난 건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주석, 아베 신조 총리 모두 코로나19 재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파고는 ‘같은 배’를 탄 한·중·일 경제에도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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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주 일본의 한 마케팅 기업이 일본 업체 1만 2348곳에 물어본 결과, 66.4%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거나 받게 될 전망이라고 답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에선 약 30%의 기업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51.7%는 미래 손실을 예상했다. 리무라 유키오 일본공작기계공업회 회장은 “장비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전염이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중앙포토]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중앙포토]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이 일시 폐쇄됐으며, LG전자 인천 사업장 연구동도 직원의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자 24일까지 문을 닫았다.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분석가들은 “코로나19가 한국에서 빠르게 퍼지면 더 많은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문을 닫을 것”이라며 특히 전자제품, 철강, 자동차, 조선 부문 등을 우려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뿐 아니라 애플 등 ‘세계의 공장’ 중국에 의존하던 글로벌 기업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한·중·일 경제는 이제 서로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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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중국의 4위 교역 파트너다. 교역량만 3150억 달러다. 한국은 6위로 지난해 교역 규모는 2846억 달러다. 최근 들어 더 그렇게 됐다. 중국 광다(光大)증권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 마찰을 빚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중국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중국에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탑(Top) 5’ 수입국이다. 중국 제조업의 핵심인 전자 부품과 화학제품을 수입한다.

결국 3국 중 하나만 어려워도 다른 두 나라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우려가 중국 쪽에서 나온다. 궈타이쥐난 증권은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공급망 충격으로 인해 중국의 자동차, 기계, 광전자 설비와 화학 제품 생산에 단기적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의 코로나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애널리스트들은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철강, 자동차, 조선 및 전자 설비 조업 부진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역시 중국의 공급망에 대한 위협이다.

중요한 건 3국이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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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SCMP에 따르면 한·중·일 세 나라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나 된다. 세 나라 간 무역 규모도 한해 720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런 조짐이 보인다. 해운 데이터 전문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기 침체는 해운 물동량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아시아와 북유럽 간 해운 계약이 최근 46%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ING생명의 팀 스팩맨 이코노미스트는 SCMP에 “한·중·일 공급망이 흔들리는 건 유럽과 미국에도 충격” 이라며 “유럽의 경우 한중일에서 공급받은 제품이 부족해지면 유럽 국가 간 수출 수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SCMP는 이렇게 경고한다.

코로나19로 이미 세계 무역이 타격을 받았다. 한·중·일 아시아 3국의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에 제2의 파동을 부를 수 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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