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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세계 증시…한국 4년치 GDP 증발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면서 세계 증시 시가총액이 700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코스피 역시 심리적 지지선 2000을 이탈해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 폭락[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증시 폭락[로이터=연합뉴스]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월 27일 86개 주요국 증시의 시총은 83조1576억 달러였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 고점인 1월 20일(89조1564억 달러)보다 5조9988억 달러(6.73%) 줄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불과 38일 만에 729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2018년 기준 1893조원인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조사 대상 86개국 중 76개국의 시총이 감소했다.

감소액의 약 40%는 미국 증시에서 발생했다. 미국은 이 기간 시총이 2조3878억 달러(6.72%)나 줄었다. 이어 일본·홍콩·영국 순으로 감소액이 많았다. 한국은 1904억 달러 줄어 감소액이 6번째로 컸다. 2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4.15%)·독일(-7.26%)·프랑스(-6.92%) 등 유럽 국가들도 시총도 크게 줄었다.

코스피 한 주 사이 8% 하락…9년 만에 최대 낙폭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최고투자전략가는 “현재로썬 누구도 이것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얼마나 심각할지 판단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월 28일 코스피는 하루 동안 3.3%나 하락해 2000선이 무너졌다. 2월 마지막 한 주 동안에만 8.1% 하락했는데 이는 유럽발 경제위기 경고음이 커진 2011년 8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확산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두려움이 시장을 뒤덮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해야” 주장도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액주주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28일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내려가자 공매도의 공세가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주식 대차거래 잔고는 59조5871억원으로 2018년 5월(61조7493억원) 이후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차거래는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빌린 뒤 나중에 주식으로 되갚는 걸 말한다.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의미하는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주가가 더 내려갈 거로 보고 하락에 베팅(공매도)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28일 금융위원회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율 불안과 경기 하락 전망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한시적으로나마 공매도를 금지해 투자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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