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스크 허탕쳤다…약사 "100명 왔는데 다 돌려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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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100명 가까이 와서 뉴스 보고 왔는데 왜 마스크 안 파냐고 그러더라”(서울 종로구 안국동 A 약국)

"온종일 마스크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B 약국)

28일 오후 종로구 인사동의 한 약국 입구에 마스크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건 기자

28일 오후 종로구 인사동의 한 약국 입구에 마스크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건 기자

28일 서울 시내 약국 10곳을 둘러보며 만난 약사들의 말이다. 이날 오후 기자가 둘러본 마포·서대문·종로구 일대 약국 중 정부가 공급한 마스크를 파는 약국은 한 곳도 없었다. 약사들은 모두 “어제부터 마스크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두 돌려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약국 대부분은 ‘성인용 마스크 품절입니다’, ‘면 마스크만 있습니다’와 같은 품절 안내문을 입구에 붙여 놨다.

약사들 '난감'…"오늘만 수십명 돌려보내"

이날 기자가 신촌의 한 약국에 들어서며 “마스크가 있냐”고 묻자 약사 정모씨는 “이미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며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이날만 수십 명의 손님이 마스크를 찾았지만 들어온 물량이 없어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했다.

28일 오후 2시 서대문구의 한 약국 입구에 붙은 안내문. 박현주 기자

28일 오후 2시 서대문구의 한 약국 입구에 붙은 안내문. 박현주 기자

대한약사회(약사회)에 따르면 서울‧경기 수도권 외 약국에는 이날 마스크 공급이 이뤄졌지만 수도권 마스크 공급까지는 하루 정도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이르면 이날 오후, 늦으면 주말쯤 수도권 약국에 마스크 공급이 완료될 것이라는 게 약사회의 설명이다.

정부 "28일 전국 약국서 마스크 판매"…현장선 혼란

약국에 마스크를 찾는 손님이 몰린 건 정부 발표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7일 ‘마스크 수급 안정 관련 긴급 합동 브리핑’을 열고 “내일(28일)부터 120만장을 전국 약국을 통해 판매할 것이다”며 “국민 접근성이 높은 2만4000여개 약국에 대해 점포당 평균 100장씩, 총 240만장을 공급할 것이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스크 수급 안정 긴급 합동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스크 수급 안정 긴급 합동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7일부터 하루 마스크 생산량의 50% 이상인 약 500만장을 전국 농협과 우체국, 약국 등에 매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된 27일에 공적 마스크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자 홍 부총리가 수습에 나섰지만, 이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신촌 독수리약국의 정석문 약사는 “오늘 전화가 10건 넘게 왔고, 정부 발표를 보고 약국에 직접 찾아온 분들도 20명이 넘는다”며 “유통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 등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마스크 공급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또 그는 “현장엔 마스크가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은 시민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박용규(58)씨는 “정부 발표를 보고 약국에 왔는데,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며 “정부가 의지만 가지고 성급하게 발표한 것 같다”고 했다.

"늦어도 주말엔 약국서 마스크 살 수 있어"

약사회 관계자는 “오늘(28일) 오후부터 수도권 약국에 마스크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일괄 배송은 불가능하고 지역에 따라 배송 일정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오래 걸리는 곳은 토요일 오전쯤 공급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늦게 서울 강동‧구로‧금천‧마포구 일부 약국에는 마스크 공급이 완료됐다.

수도권 약국에서도 이르면 28일 오후부터 29일 오전에는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한 사람당 한 약국에서 최대 5개까지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대한약사회는 마진을 최소화해서 마스크 하나에 1500원가량에 판매할 수 있도록 전국 약국에 권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강제성은 없어 약국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진호‧박현주‧박건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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