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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꺾였는데…전세계 확진 68%, 韓·이탈리아·이란에서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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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수 만명의 확진자를 낸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고 있는 가운데 '2차 확산국' 세 나라가 확산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2차 확산국은 중동의 이란, 유럽의 이탈리아, 아시아의 한국이다.

중국 제외하면 세 나라 확진자가 68% #이란은 보건부장관에 이어 부통령도 확진 #네덜란드·브라질·그리스·이스라엘·북아일랜드·나이지리아 감염자 #모두 이탈리아 다녀와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 많이 나와

28일 오후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8만3276명, 누적 사망자는 2858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에선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7만8961명, 2791명이 나왔다. 전체 확진자의 95%, 사망자의 98%는 중국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랬던 중국에서 최근엔 하루 확진자 증가 폭이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꺾였다. 반면 '2차 확산국'에서는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중인 주요 국가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종 코로나 확산중인 주요 국가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확진자 수는 4765명인데 이 중에서 이란·이탈리아·한국의 합계가 3260명(68%)이다. 또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사망자는 67명인데 이 가운데 이란(26명)·이탈리아(17명)·한국(13명) 사망자가 56명(84%)을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목한 세 나라도 이란·이탈리아·한국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지난 이틀 동안 다른 지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중국 확진자 수를 초과했다"면서 "이란과 이탈리아, 한국에서의 코로나19는 이 바이러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세 나라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건 해당 국가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바이러스는 국경을 존중하지 않으며 인종이나 민족, 국내총생산(GDP)이나 발전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통령까지 걸린 중동의 이란

28일 이란의 누적 확진자는 270명, 사망자는 26명 나왔다. 단일 국가로 중국을 제외하고 사망자가 가장 많다.

이란에선 최고위급 정치 지도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부통령실은 마무메 엡데카르 이란 부통령이 이날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각국 정부 관료 중 최고위급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신종 코로나 사망률(20%)이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사망률 2%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실제 감염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국가 중에 이란을 다녀온 사람이 확진자가 된 경우도 나왔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흑해 연안의 코카서스 3국 가운데 하나인 조지아에서도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파키스탄과 조지아 보건당국은 첫 확진자 모두 최근 이란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뉴질랜드 언론은 28일 최근 이란을 방문한 사람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60대인 이 환자는 오클랜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감염을 막기 위해 주요 발병 지역에서 금요 대예배까지 취소했다. 이란은 전체 인구 8399만명 중에 이슬람교도가 98%다. 사이디 나마키 보건부 장관은 국영 IRNA 통신에 "확진자가 나온 일부 도시에서 금요 대예배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보건부 대변인은 27일 트위터에 "되도록 이동하지 말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예배나 성지순례를 삼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고 있는 여성 [EPA=연합뉴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고 있는 여성 [EPA=연합뉴스]

네덜란드·브라질·그리스·이스라엘·북아일랜드·나이지리아 감염자, 이탈리아 다녀온 공통점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653명으로 집계됐다. 잠정 파악된 사망자 수도 17명으로, 한국의 사망자 수(13명)를 넘어섰다. 유럽 전체 사망자가 19명인데 이탈리아가 17명이고 나머지 2명은 프랑스다.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급기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감기 증상으로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몸이 좋지 않아 로마에서 지역 성직자들과 함께 집전하기로 한 미사를 빠지기로 했다.

인구 6046만명의 이탈리아에서는 가톨릭 신자가 약 85%다.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책으로 사제들에게 성찬식 제병을 직접 신도들의 혀 위에다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미사 때 악수를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관광 대국 이탈리아의 감염이 문제가 되는 건 다른 지역으로 쉽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확진자 중에서 이탈리아를 다녀온 사례가 많다.

네덜란드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보건 당국은 남부 도시 틸뷔르흐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유럽 내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를 최근 다녀왔으며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두오모 대성당 앞을 지키고 있는 군인이 신종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두오모 대성당 앞을 지키고 있는 군인이 신종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밖에도 다수 국가의 확진자들이 이탈리아를 다녀왔다는 점도 확인됐다.

브라질에서 첫 번째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이탈리아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나온 확진 환자는 38세 그리스 여성이며,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한 이력이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이번 주 초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이스라엘 남성 1명이 감염이 확인돼 격리·치료 중이다. 영국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28일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북아일랜드 보건당국은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을 거쳐서 넘어온 환자 1명이 잠정적으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오사지 에하니르 보건부 장관은 "확진자는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하는 이탈리아 국적자"라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난 25일 나이지리아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선 확진자 증가 이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많은 이들을 검사하다 보니 확진자도 많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롬바르디아 지역 의료기관이 과장된 검사를 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면서 "무증상 접촉자에게도 진단검사를 한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장에서 확산 대응을 지휘하는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의심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진단검사 자체가 많아"

한국은 28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2337명, 사망자 수는 13명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를 비롯해 인천·광주·울산·세종·충북·경남 등에서 나온 확진자 대부분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한국 역시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검사 자체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그만큼 확진자도 많이 나온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콧 고틀립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은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며 상당한 진단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틀립 전 국장은 한국 보건당국이 약 2만 명에 대해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발생현황 통계 및 감염 경로 파악이 상세하다는 사실을 사례로 들며 “일본은 그만큼 검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겨우 1500명 정도를 검사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스콧 고틀립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은 트위터에서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며 상당한 진단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위터 캡처]

스콧 고틀립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은 트위터에서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며 상당한 진단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위터 캡처]

고틀립 전 국장은 한국의 신속하고 많은 진단 현황과 비교할 때 검사 건수가 적은 일본에서 향후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27일 육군 제50사단 장병들이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투입돼 소독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대구 도심 방역에 최초로 군 병력이 투입됐다. [뉴스1]

27일 육군 제50사단 장병들이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 투입돼 소독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대구 도심 방역에 최초로 군 병력이 투입됐다. [뉴스1]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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