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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주 126번째 코로나 환자, '신천지 공부방' 간 사실 숨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주광역시에서 처음으로 대구 신천지 예배와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자가 다수의 신천지 교인과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천지 공부방' 동선을 숨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31번째 확진자가 참석한 대구 예배 간 광주 확진자 #질본에서 GPS 기록 넘겨주자 실토…보건당국 조사 혼선 #광주시, 신천지 공무원 비밀 실토 듣고 나서야 강제폐쇄

대구 예배 다녀온 126번째 확진자 동선 숨겨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한 광주 시민 3명이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지난 21일 오전 광주 북구 신천지 베드로 지성전(광주교회)의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한 광주 시민 3명이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지난 21일 오전 광주 북구 신천지 베드로 지성전(광주교회)의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8일 광주 서구보건소에 따르면 광주에서 처음으로 신천지 관련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126번째 확진자 A씨(30)는 최초 광주시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지난 1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광주시 남구 주월동 소재 신천지 성경 공부방에 방문한 사실을 숨겼다.

A씨는 지난 16일 대구 신천지 교회 예배에 다녀온 뒤 지난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구보건소는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일반 시민 출입 제한과 방역 작업을 위해 날짜별 동선을 물었지만, A씨는 "17일 집에 있었다"고 답했다.

신천지 신자인 A씨가 교인들이 모이는 시설을 숨기기 위해 동선을 감춘 것으로 추정된다. 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신천지 신자들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하면 사실대로 말하는 경우가 없고 특히 신천지 관련 시설을 숨긴다"며 "A씨는 공부방뿐만 아니라 지난 18일 전남 담양 소재 음식점을 간 사실도 숨겼다"고 했다.

보건당국 역학조사 혼선…행정력도 낭비  

광주시와 북구청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광주 북구 오치동 신천지 베드로지성전(광주교회) 출입문에 시설 폐쇄를 알리는 행정처분서를 붙이고 있다. 뉴스1

광주시와 북구청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광주 북구 오치동 신천지 베드로지성전(광주교회) 출입문에 시설 폐쇄를 알리는 행정처분서를 붙이고 있다. 뉴스1

A씨가 신천지 시설 방문 사실을 숨기면서 광주시와 보건당국의 방역망에 혼선이 뒤따랐다. 신천지 공부방은 광주지역 신종 코로나 감염경로로 지목받는 곳이다. 489번째 확진자도 신천지 공부방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시는 신천지 측으로부터 A씨가 17일 주월동 성경 공부방에서 6명과 접촉했다고 전달받았지만, 믿을 수 없다며 경찰에 CCTV 확인도 요청했다.

광주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A씨는 질병관리본부에서 휴대전화 등 기록을 토대로 한 GPS 정보가 넘어오고 나서야 사실대로 말했다"며 "보건소에는 확진자 동선에 대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역학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광주 신천지 시설 강제 폐쇄 배경에 신천지 공무원 실토

27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기 대응 평가와 향후 조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7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기 대응 평가와 향후 조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용섭 광주시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광주 신천지 시설에 대한 ‘강제 폐쇄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광주는 이미 신천지 시설에 대한 자진 폐쇄조치가 끝나 강제절차를 고민하는 서울시와 경기도 사례와 다르다"고 했던 광주시의 입장 선회다.

광주시는 이날까지 17곳의 비밀 신천지 시설을 찾았다. 이 중 6곳은 신천지 신자인 공무원이 실토하면서 파악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6곳은 신천지를 알리는 뚜렷한 간판은 없었고 상가 내에 위치한 곳이 대다수였다"며 "나머지도 아파트나 원룸, 오피스텔, 가게 등 찾아내기 쉽지 않은 곳이다"고 했다.

광주시와 북구청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광주 북구 오치동 신천지 베드로지성전(광주교회) 출입문에 시설 폐쇄를 알리는 행정처분서를 붙이고 있다. 뉴스1

광주시와 북구청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광주 북구 오치동 신천지 베드로지성전(광주교회) 출입문에 시설 폐쇄를 알리는 행정처분서를 붙이고 있다. 뉴스1

광주시가 모두 폐쇄했다고 공언한 신천지 시설 92곳 중 2곳에서도 사람이 이용한 흔적이 나왔다. 광주시 관계자는 "신발장에 신발이 있거나 불이 켜진 뒤 말소리가 새어 나오는 경우를 확인했다"고 했다. 광주시는 당시 강제 폐쇄 명령을 내리지 않아 이용 흔적을 발견하고도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 없었다.

대구 예배 신자 자가격리 무단이탈 택시기사가 신고

광주시와 남구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광주시 남구 송하동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송하시온교회에서 강제폐쇄 행정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뉴스1

광주시와 남구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광주시 남구 송하동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송하시온교회에서 강제폐쇄 행정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대구 신천지 교회 예배를 다녀와 자가격리 조치된 신천지 신자 B씨(31)가 무단이탈하는 일도 있었다. 광주 서구보건소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6일 광주 서구 쌍촌동 인근에서 택시에 탑승한 뒤 택시기사에게 스스로 "자가격리대상자인데 답답해서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B씨를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 내려준 택시기사가 서구보건소에 직접 신고했다. 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B씨는 집이 아니라고 한참을 잡아떼다 동네 산책 나왔다고 실토했다"며 "경찰에 무단이탈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고, 오는 29일 자가격리가 끝나면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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