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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vs“컹컹”, 코로나19와 일반 감기 초간단 구별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55)

이슬 머금은 시 같은 꽃이 피어난다면. [사진 Pexels]

이슬 머금은 시 같은 꽃이 피어난다면. [사진 Pexels]


해금이 울 때

당신이 아파한다는 소식에도
막상 찾아가지 못해
겨우내 딱정이 되어 앉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을
실로 자아 고치 삼고
아무도 샘바리 못하도록
명치 속 깊이 감추어 두렵니다

비 내리거나 안개 낀 날
껍질 깨고 나오길 기도하는 매미처럼
한때의 울음을 위해
그저 헤아려
지며리 보기만 할 것입니다

그러다 마침
이슬 머금은 시 같은 꽃이 피어난다면
당신을 만난 인연을 반가워하며
나의 울음은
두 줄 사이를 젓는 해금처럼
읊조리듯 노래할 것입니다

해설

전국이 코로나19 사태로 공포감에 빠져 있다. 바이러스 질환의 전염력을 얕본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화를 키웠다.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기원전 10세기 역사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뿌리 깊으나 그 원인이 바이러스라고 이해하게 된 지는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였다. 그것도 1935년에서야 담배바이러스 결정체를 분리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에 자리 잡는다. 생물이라면 2가지 특징이 있어야 한다. 생존을 위한 세포 내 ‘대사 작용’과 번식을 위해 정보를 담은 ‘핵산’이 세포 내에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자체 핵산은 있으나 영양분 대사 작용을 할 만한 단백질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숙주에 침입, 기생해서 숙주 단백질을 빌려다가 증식한다. 크기도 세균 박테리아의 20분의 1 정도이다. 구조도 간단해서 핵산을 담은 단백질 껍질과 몸통, 몇 개의 다리뿐이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기생하는 숙주가 정해져 있다. 바닷속 플랑크톤에 기생하는 것, 담뱃잎 등 식물에 기생하는 것, 조류나 박쥐, 가축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다르다. 인간이 동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점차 사람과 동물에 같이 걸리는 ‘인수 공통바이러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천연두 바이러스가 되었다. 쥐벼룩에서 흑사병이, 박쥐에서 사스가, 돼지에서 신종 플루가, 낙타에서 메르스가 전염되었다. 이번 코로나19도 매개체가 박쥐라고 한다.

박쥐는 내장에 160여 종의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병이 발현하지 않는 이유는 포유류 중에 유일하게 날 수 있어 고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면역체계 민감도를 일부러 둔감하게 진화시킨 탓이다. 박쥐는 어쩌면 바이러스와 공생하는지도 모른다. 또 6000종의 포유류 중 박쥐는 1200종으로 다양하나 인간은 오로지 1종뿐이다. 그래서 같은 종인 인간은 한번 병에 걸리면 감염되는 속도가 빠르고 피해가 크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기생하는 숙주가 정해져 있는데 인간이 동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점차 사람과 동물에 같이 걸리는 '인수 공통바이러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대부분 바이러스는 기생하는 숙주가 정해져 있는데 인간이 동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점차 사람과 동물에 같이 걸리는 '인수 공통바이러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면역체계는 외부 침입물에 반응해 자신의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외부 병원체를 먼저 대식세포가 나서서 잡아먹은 후 자신도 죽어 병원체와 함께 사망하는 작전을 쓴다. 이때 열이 나고 부종이 생기며 잔해물인 분비물과 고름이 생겨난다. 그러나 면역반응이 너무 한꺼번에 일어나면 도리어 몸 안의 정상세포까지 망가져 생명을 해치게 된다. 이런 반응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부른다. 메르스 치사율이 35%정도로 높은 이유도 면역체계 과민 때문에 생겼다.

바이러스 질환은 전염력과 치사율을 잘 살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치사율은 2% 정도인데, 치사율 10%인 사스나 35%인 메르스, 90%인 초기 에볼라보다는 낮다. 0.05%인 독감에 비하면 40배나 높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전염력도 사스나 메르스보다 2~3배 높다.

호흡기 계통에 침범하는 바이러스도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그러므로 증상에 따라 어느 정도 바이러스 종류를 유추할 수 있다. 코감기는 리노바이러스, 기침을 일으키는 목감기는 아데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신종플루는 호흡기 증상과 전신에 고열을 일으키며 심한 근육통을 야기한다.

코로나19는 폐와 하부기관지에 침입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콜록거리거나 “컹컹”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반 감기는 코와 상기도 점막을 자극해 “에취” 하는 정도 가벼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보통 감기는 초기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만, 코로나19는 초기엔 증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열도 독감이나 신종플루처럼 고열이 아니라서 환자들이 무시하고 일상생활을 지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파가 쉬워졌다.

초기에 증상 없이 가볍게 침범하면서 점점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무섭다. 적을 알아야 대처가 가능한데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체를 잘 몰랐던 페스트는 당시 인류의 50%나 죽이고 멈추었다고 추측된다. 한마디로 침범할 숙주가 부족해서 멈춘 셈이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말기에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은 전쟁 피해자보다 2~3배나 많은 5000만~1억 명의 사망자를 내고 종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4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는 당분간 코로나19에서 벗어날 때까지 각자 자가 격리 상태 속에서 살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찾지 못해 사라지게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 일이다. [중앙포토]

우리는 당분간 코로나19에서 벗어날 때까지 각자 자가 격리 상태 속에서 살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찾지 못해 사라지게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 일이다. [중앙포토]

감기 바이러스 껍질 단백질에는 H형, N형이 있는데 독감바이러스는 H1, H2, H3형이 돌아가면서 유행한다. 그래서 매년 WHO에서 예측하여 독감백신을 준비하게 된다. 우리가 매년 독감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천연두, 홍역, 볼거리, 소아마비, B형간염 백신도 맞아야 하며 인유두종 백신도 맞는 게 좋다.

우리는 당분간 코로나19에서 벗어날 때까지 각자 자가 격리 상태 속에서 살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찾지 못해 사라지게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 길이다. 가벼운 증상이라고 얕보지 말고 자가 격리하자.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자.

바이러스는 겨우 몇 개의 단백질로 된 껍질을 가졌기에 단백질을 녹이는 소독용 알코올과 비누에 취약하다. 그러니 수시로 손을 비누로 닦고 소독하는 게 좋다. 환자가 내뿜는 비말에 섞여 날아다니거나 문고리에 머물 수 있으니 맨손으로 접촉하는 횟수를 줄이자. 음식도 각자 덜어 먹으며, 컵과 수건도 개인적으로 사용하자. 밀접한 접촉을 줄이며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해서 비말을 퍼트리지 말자. 화장실 변기는 꼭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자.

감기 바이러스는 2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바이러스를 확실히 죽이는 약제는 아직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게 최선이란다. 또 평소 면역력을 키우는 게 병을 이기고 증상이 악화하는 걸 막는다. 한약재로는 도라지, 인삼, 맥문동, 오미자, 갈근 등을 달여서 따뜻하게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불행하게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약도 백신도 없다. 또 어떻게 변종할지 예측할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더 무섭다. 그래서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어찌 됐든 지금 우리나라가 중국을 빼고 환자가 제일 많다. 그러니 자가 격리 중인 사람도 많다. 우선 고통받는 환자들과 격리 중인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이 시를 바친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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