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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밴쿠버金 10년···아사다 마오는 아직 링크를 안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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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시상식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아사다 마오(왼쪽), 조아니에 로셰트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시상식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아사다 마오(왼쪽), 조아니에 로셰트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10년 전인 2010년 2월 26일, 김연아 선수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2010년 열렸던 겨울올림픽이었다. 김연아 선수가 조지 거슈윈의 음악에 맞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실수 없이 마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때, 또 다른 선수는 좌절의 눈물을 머금었다. 김연아 선수의 숙명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浅田眞央)다. 10년 후, 아사다 선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연아 선수가 한국에서 여왕과 같은 인기를 누렸듯 아사다 역시 일본에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에, 열심히 노력해 갈고 닦은 트리플 악셀의 테크닉으로 일본 여성 피겨계의 대표주자였다.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그의 올림픽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과 같은 분위기였다. 김연아 선수가 부상하기 전까지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가 2위인 아사다 마오와 포옹하고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가 2위인 아사다 마오와 포옹하고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 올림픽 중계 대표 채널인 NBC의 해설자는 밴쿠버의 아사다 선수 프로그램을 해설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었다. “유나 킴(김연아 선수)과 아사다는 나이도 같고 훌륭한 스케이터라는 점에서도 똑닮았다. 내가 아사다라면 참으로 억울할 것 같다. 하필이면 유나와 같은 때 스케이터로 뛴다는 게.”

멘탈 관리가 약하다는 평을 받았던 아사다는 결국 김연아 선수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착한 모범생 이미지답게 시상대 두 번째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가벼운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였지만, 눈엔 눈물이 그렁했다.

아사다 마오의 선수시절. 밴쿠버 올림픽 이전의 꿈나무였던 때다. [중앙포토]

아사다 마오의 선수시절. 밴쿠버 올림픽 이전의 꿈나무였던 때다. [중앙포토]

올림픽은 유독 아사다에게 가혹했다. 밴쿠버 4년 뒤인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아사다는 설욕을 노렸다. 하지만 역시 압박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먼저 치르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넘어지고 말았다. 아사다와 같은 선수로서는 치명적이었다. 프리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따도 메달권에선 한참 멀었다. 10위에도 들지 못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오히려 그래서 홀가분했을까. 아사다는 환한 표정으로 프리 프로그램에 등장해 마음껏 연기를 펼쳐 보였다. 연기가 끝난 뒤엔 폭풍 눈물을 쏟았다. 아사다를 내내 취재했던 교도(共同)통신의 한 기자는 당시 소치 현장에서 “내가 지금껏 취재했던 아사다의 연기 중 오늘이 최고였다”며 “일본 기자들은 거의 다 아사다와 함께 울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사다는 종합 6위로 소치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다음 평창에도 출전 의지를 표했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일본 스케이팅계의 압박 등으로 인해 포기. 2017년 그는 은퇴를 선언한다.

2017년 4월12일 열린 그의 은퇴 기자회견은 문전성시. 430명이 넘는 일본 내외신 취재진이 몰렸다. 그는 “은퇴를 결정하면서, 평창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나 자신을 먼 미래에 용서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하기는 했다”며 “하지만 마음도 몸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냈고, 후회는 없다”고 웃어 보였다.

김연아에 대한 질문도 당연히 나왔다. 아사다는 김연아 선수에 대해 “우리는 15세 정도부터 주니어에 이어 시니어 시합까지 함께 출전해왔다”며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 받았던 존재”라고 말했다.

은퇴 후에도 그러나 아사다는 링크를 떠나진 않았다. 아이스 쇼 등에 출연하고 각 방송국은 그를 해설자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그는 은퇴 기자회견에선 “먹는 걸 좋아하니까 케이크 가게나 카페를 운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지만 아직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그는 마라톤에 출전하고, 스모 경기 관중석에서 포착되곤 한다.

아사다 선수는 은퇴 후 오히려 스케이팅이 좋아진 듯하다. 지난해 아사히(朝日)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스쇼를 시작하면서 ‘아,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며 “혼자 링크에 섰을 때와 달리, 다른 선수들과 함께 팀으로 아이스쇼를 하면서 예전엔 못 느꼈던 즐거움, 슬픔, 짜증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이었던 후쿠시마(福島) 등 지역에 대한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 본인이 직접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자신의 아이스쇼 관련 굿즈 수익의 일부를 피해 복구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사다는 다시 태어나도 스케이트 선수가 되고 싶을까.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안 해요, 안 할 거예요”라고 반복하면서다. 그는 “이번 생에는 모든 것을 스케이팅에 쏟아붓는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며 “다시 태어나서 또 스케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1%도 하지 않는다. 그럴 후회를 할 일이 없도록 남은 이번 생에서 후회 없이 스케이트를 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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