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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에너지 산업의 미래, 긴 안목으로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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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한국전력의 적자가 지속하면서 그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탈원전으로 인해 원전 이용률이 하락한 것이 한전 적자의 핵심 원인이란 것이다.

원전 이용률이 일부 영향을 주긴 했다. 하지만 한전 영업실적은 국내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제 연료 가격과 환율, 전력수급 상황, 기후환경 관련 비용, 전기요금 등이다. 따라서 한전 적자를 특정 요인 탓으로 보는 것은 매우 단편적이고, 사실과 크게 다른 판단을 하게 만든다.

근래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원인에 대해 탈원전 정책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조치의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2016년 경북 경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원전 정비 기준이 강화됐다. 실제 2017년 원전 정비 과정에서 발견된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에는 정비 일수가 늘어났다. 2019년부터는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한전 영업실적은 국제 연료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발전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배럴당 48달러 수준이던 두바이 원유 가격은 2018년 10월에는 79달러로 상승했다. 천연가스와 석탄 도입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전이 지불하는 비용도 있다. 과거부터 시행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2012년), 배출권 거래제도(ETS·2015년) 등이다. 다양한 전기요금 특례할인 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비용을 보다 투명하게 부담·집행하고 가격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신중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 그에 따른 에너지산업 운영에 대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이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현상이나 부작용을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기에 현실은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최근 심리학 용어로 자주 얘기되는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선입관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리한 정보만 선택하는 성향을 말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음으로써 객관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정확하게 진단해야 합리적 처방이 나온다. 탈원전 프레임에 갇혀 부정적인 시각으로 속단하기보다는 국내외 환경 변화를 주시하면서 긴 안목으로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바라볼 때다.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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