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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1600조 시대 열렸다…연간 증가 속도는 둔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계 빚 잔액이 16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동안 64조원가량 증가했다. 연간 증가속도는 더뎌졌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계 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이 25일 2019년 4분기 가계신용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이 25일 2019년 4분기 가계신용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5일 ‘2019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A+B)은 1600조1300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4.1%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 잔액(A)이 1504조4000억원, 판매신용 잔액(B)이 95조7000억원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대부업체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 등 갚아야 할 부채를 합한 수치다.

4분기 증가율 4.1%(전년 동기 대비)는 3분기(3.9%)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1.6%까지 치솟은 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 흐름이 4분기에 끊긴 것이다. 4분기 증가 규모(27조6000억원)만 따로 떼서 봐도 전 분기(15조8000억원)와 2018년 4분기(22조8000억원)보다 많다. 하지만 연간 전체 증가 규모(63조4000억원)는 2016년 이후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신용 분기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계신용 분기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3분기 말 기준 96.6%로 확인됐다. 2분기(95.6%)보다 다소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지만, 명목 GDP 증가율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라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비중이 어느 정도 돼야 위험 수위인지 판단은 어렵지만, 대출이 가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2분기 기준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8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평균인 130.6%(2018년)를 크게 웃돌았다.

예금은행은 신용대출이 늘었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줄면서 3분기보다 대출 증가 폭이 축소됐다. 기타금융기관에선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금융 일부가 주택금융공사에 양도된 데 따른 것”이라며 “보험회사 등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도 전 분기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4분기 판매신용은 카드회사를 중심으로 4조6000억원 증가했다.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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