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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인수 3년 영업익 5배···하만, 5G 커넥티드카 1위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 인터내셔널은 모기업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미래 커넥티드카 분야의 최강자로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하만과 함께 만든 '디지털 콕핏'. [사진 삼성전자]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 인터내셔널은 모기업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미래 커넥티드카 분야의 최강자로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하만과 함께 만든 '디지털 콕핏'. [사진 삼성전자]

2017년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9조2727억원)으로 화제를 모았던 하만 인터내셔널이 인수 3년 차인 올해 승부수를 던진다.

하만은 오는 4월 삼성전자 인수 후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다. 하만은 지난 3일(현지시간) 2007년부터 13년간 CEO를 맡아온 디네시 팔리월이 물러나고 미셸 마우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CEO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팔리월 CEO는 올 연말까지 이사회 선임고문으로 활동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면서도 중복사업 구조조정과 사업분야 개편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를 시너지 창출 ‘원년’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만은 세계 최대 전장(電裝) 업체지만 미래 자동차 핵심 분야인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Telematics Control Unit) 분야에선 경쟁업체에 뒤처져 있다. 모기업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바탕으로 ‘커넥티드 카(통신망과 연결된 미래 자동차)’ 2022년까지 분야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 가족 하만 실적 변화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 가족 하만 실적 변화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업구조 개편은 이제 마무리 단계다. 100여개에 달하던 자회사와 관계사는 절반 이하로 줄였다. 삼성전자의 가전·스마트폰 등과의 시너지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하만의 오디오 기술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분야에 접목했고, 삼성의 디스플레이·반도체 기술은 하만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했다. 삼성전자와의 거래액이 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삼성전자 인수 첫해인 2017년 매출액 7조1034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매출액 10조800억원, 영업이익은 3200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자동차 전장업계 관계자는 “하만의 기존 경영진이 인수 초기 독립 경영을 주장하면서 모기업인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꺼렸다고 들었다. 하지만 인수 전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고, 사업구조 재편이 끝나면서 협업이 늘었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만카돈의 프리미엄 홈 오디오인 '사이테이션'을 국내에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가전, 스마트폰 분야에서 하만과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만카돈의 프리미엄 홈 오디오인 '사이테이션'을 국내에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가전, 스마트폰 분야에서 하만과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사진 삼성전자]

신임 CEO 선정은 삼성전자 출신 이사회 멤버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손영권 최고전략책임자(CSO)를 하만 이사회 의장으로, M&A 전문가인 안중현 사업지원 TF 부사장과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 등을 이사로 참여시켰다.

TCU 3위 하만, ‘삼성 시너지’ 가능할까

하만이 업계 1위를 목표로 하는 TCU 사업은 미래 자동차 분야의 격전지다. 하만은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외에 차량 대 사물 통신(V2X) 통합 솔루션인 TCU와 통신용 시스템반도체(SoC) 분야를 석권하겠다는 계획이다.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 세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 세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재 스코어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다. 하만의 TCU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 LG전자(24.5%)·콘티넨탈(18.0%) 등에 이은 3위(14.0%)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TCU 분야에서 1위 LG전자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등 유수 완성차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5G 통신 기술을 등에 업고 시장 리더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만은 올해 열린 ‘CES 2020’에서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인 BMW와 5G 커넥티드카 협력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TCU 및 커넥티비티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통신용 SoC 분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퀄컴과 경쟁 중인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SoC에서도 맞붙는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만든 ‘엑시노스 오토 V9’을 탑재한 커넥티비티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퀄컴은 올 CES에서 저전력으로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스냅드래곤 라이드’을 발표해 한발 앞서 있는 상태다.

 박종환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개발한 5G 기반의 TCU를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차세대 BMW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박종환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개발한 5G 기반의 TCU를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차세대 BMW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완성차용 부품 시장은 시제품 적용에만 10년 이상 걸려 진입장벽이 높다”며 “하만 인수로 자동차용 전장 분야에 직접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선택이 틀리지는 않지만, 업계 선두에 올라서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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