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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예약 줄취소…외출 금지에 군 장병 발길마저 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제주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관광객들이 많던 동문재래시장이 24일 텅 비어있다. [뉴시스]

제주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관광객들이 많던 동문재래시장이 24일 텅 비어있다. [뉴시스]

“작년보다 매출이 70%는 떨어졌어요. 알바비도 안 나와 아르바이트생을 그만두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난 23일 제주도 대표 관광지인 성산일출봉 주변은 지나는 사람이 없어 한적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 편모(73)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상권 전체가 너무 힘들다.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고 내국인 관광객까지 찾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에 관광 1번지도 초토화 #제주 호텔·전세버스 예약 90% 취소 #“매출 70% 급감, 알바비 못 줄 판” #강원은 야구대회·옹알스공연 안 해

같은 날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도 관광객을 보기 어려웠다. 평소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 곳이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완전히 상권이 무너졌다. 상인 권모(48)씨는 “확진자 발생으로 내국인 관광객까지 싹 사라져 당분간 장사를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 1번지로 관광산업이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도와 강원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요 관광지마다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의 경우 3월부터 수학여행단이 들어오는 계절이라 예약이 줄을 이어야 하는데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호텔과 전세 버스·렌터카 예약 취소율이 80~90%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한 저비용(LCC) 항공사가 김포-제주 구간 온라인 예약 편도 요금을 최저 3000원, 제주-김포 구간 최저 3500원으로 내렸지만 이마저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제주 봄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올해 들불축제와 왕벚꽃축제 등 대형행사가 취소된 점도 악재다. 제주도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오는 6월까지 계속되면 최대 350만명(연간 기준)의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제주관광산업의 매출 규모 6조5000억원의 23%에 이른다. 제주에는 한 해 1500만명이 찾는다.

부동석 제주관광협회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제주관광 침체가 장기화하면 국내 관광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청정 제주 사수로 제주관광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내 관광이 다시 위축되지 않도록 관광협회 차원에서 방역을 강화하는 등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이 이어지면서 2차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양구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국토정중앙배 전국우수리틀야구팀 초청 춘계대회’와 26일 원주에서 열리는 ‘코미디퍼포먼스 옹알스’의 공연이 취소되는 등 각종 축제·행사가 취소·연기되고 있다. 현재 3월에 예정됐던 축제·행사 23건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강릉 대표 관광지인 오죽헌과 안목커피거리, 정동진 등 주요 관광지들도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정동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모(48)씨는 “종업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도 비치했지만, 관광객들이 없다 보니 손님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손님이 없어 얼마 전부터 직원 2명을 쉬게 하고 혼자 일을 하고 있다. 별다른 대책도 없다 보니 한숨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군인들의 소비도 평소의 10분의 1로 대폭 줄었다. 군부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국방부가 지난 22일부터 전 장병에 대한 휴가·외출·외박·면회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겨울철 관광객이 몰리는 리조트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단체관광객의 예약 취소는 물론 기업체 워크숍, 일반 투숙객까지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카지노를 임시 휴장한 강원랜드는 휴장 기간을 26일 오전 6시까지로 연장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리조트는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손소독 세정제, 마스크를 제공하고 각 프런트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제주·강릉=최충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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