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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계속 다녀야하나” 종로 어린이집 휴원에 맞벌이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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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박현주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박현주 기자

김보의(여·66)씨는 20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집에서 서울 종로구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으로 뛰어왔다. 손주를 데리러 온 것이다.

이날 종로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 조치를 내렸는데, 아이의 부모가 모두 직장에서 근무 중이라 대신 김씨가 나섰다. 김씨는 “앞으로 내가 직접 손주를 돌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어린이집 휴원 권고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임시 휴원에 들어가는 어린이집이 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들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특히 종로구는 21일 관내 어린이집 전체(77곳)에 “26일까지 휴원하라”고 권고하면서 혼란이 두드러진다. 정부서울청사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관내 어린이집이 줄줄이 휴원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아이 맡길 곳이 사라진 맞벌이 부모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부모 강모(36)씨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당장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며 “노부모님들도 멀리 살아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재영(38)씨는 “요즘은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 건지 고민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급하게 휴가를 내고 애를 보기로 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쪽에선 “별다른 대안 없이 어린이집을 닫게 하면 어떡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녀를 종로구 직장 내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이모(45)씨는 “선제 대응을 하는 건 좋지만 너무 과한 조치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반면 예지우(40)씨는 “자녀를 어린이집에 못 맡겨 불편하다”면서도 “하지만 불편함을 피하겠다고 신종코로나 감염 위험을 감수할 순 없다”고 밝혔다.

20일 오전 긴급 휴원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한빛어린이집 [뉴스1]

20일 오전 긴급 휴원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한빛어린이집 [뉴스1]

갑작스러운 휴원 조치에 어린이집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종로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는 종일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오는 3월 새롭게 아이를 보낼 예정인 부모들은 “예정대로 아이를 다니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많았다.

수송동 선재어린이집 원장은 “다음 달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은 적응을 위해 일정 시간 엄마와 함께 등원해야 하는데 감염을 막기 위해선 학부모의 출입을 막는 게 나아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현재 이 어린이집은 학부모 출입을 막고 있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가려면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려야 한다.

일부 “사정 있으면 등원”

일부 어린이집은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자녀에 한해 긴급 보육을 할 예정이다. 관훈동 SK건설행복날개어린이집 원장은 “원래 아이들이 총 37명 다니는데 수요 조사 결과 12명에 대해 긴급 보육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창신동 은행나무어린이집 원장은 “77명 중 16명에 대해 긴급 보육 중”이라며 “나오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만큼 교사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혜화어린이집 원장은 “1~2월은 한 학년도를 마무리하고 새 학년도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아이들이 흩어지게 돼 속상하다”며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는 얼마나 친구들과 놀고 싶을까 안쓰럽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나이에 계속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딱하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하게 어린이집에 자녀를 계속 보내기로 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친구들 없는 어린이집에는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현주·김민중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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