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타협안 찾은 러시아…푸틴의 진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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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과 러시아 중앙은행이 결제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현지 매체 바자가 2월 20일 밝혔다. FSB와 중앙은행은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지 못했었다. 한편 FSB는 지난해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자금세탁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엇갈린 두 기관…합의점 찾나?

현지 매체 바자에 따르면 러시아 부총리 드미트리 체르니셴코(Dmitry Chernyshenko)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에게 서한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한에는 FSB와 러시아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취급과 관련한 사항에 합의를 봤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FSB와 러시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라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도입 전면 금지를 주장한 반면, FSB는 암호화폐 합법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채굴자들에게도 유리한 정책을 지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서한을 통해 결제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사용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절충안이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 체르니셴코 부총리는 봄에 열리는 러시아 의회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에 암호화폐 관련 사항을 일부 포함시켜 해당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입법이 완료되면 러시아 내에서 암호화폐로 다른 상품을 결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다만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바꿀 수는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FSB는 전문화된 사업자를 통해서만 암호화폐와 법정통화를 교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FSB의 친 암호화폐 성향…자금세탁과 연관 있다?

일각에선 FSB의 친 암호화폐 성향에 대해 2019년 의혹이 불거진 자금세탁과 연관 있다는 시선이 있다. 영국 미디어 BBC는 지난 2019년 11월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 웩스(WEX)와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세탁 배후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웩스 창업자 알렉세이 빌류첸코(Alexei Bilyuchenko)가 FSB 소속 사람들에게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빼돌릴 수 있는 정보를 넘겼다는 것이다. 웩스의 전신은 자금세탁 전문 거래소였던 BTC-e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민주당 해킹 사건(러시아 게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 해킹 단체 팬시베어(Fancy Bear)가 BTC-e를 이용한 바 있다. 또한 BTC-e의 실질 소유주로 꼽혔던 알렉산더 비닉(Alexander Vinnik)은 마운트 곡스 해킹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됨과 동시에 40억 달러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2017년 그리스에서 체포된 전적이 있다.  

이에 따라 FSB가 중앙은행과 절충안을 찾으면서도 전문 사업자를 통해서만 암호화폐와 법정화폐를 교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 역시 자금세탁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절충안 이후에도 FSB와 중앙은행의 의견 차이는 계속해서 발생할 전망이다.

Parker’s note 암호화폐에 대한 푸틴 입장은?

러시아 내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은 푸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자국 CBDC를 발행하진 않겠다면서도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이슈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 FSB와의 긴밀한 관계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FSB의 전신은 KGB(국가보안위원회)다. 푸틴이 KGB 요원 출신인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 KGB와 FSB 출신은 푸틴과 같은 라인으로 평가되며, 정계에서 특혜를 많이 받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18년 데일리비스트(DailyBeast) 보도에 따르면 FSB와 푸틴 일가가 오래전부터 덴마크 은행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세탁했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비록 암호화폐를 통하지는 않았지만 FSB가 자금세탁 업무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푸틴과 FSB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당 이슈들을 통해 앞으로 푸틴이 어떤 행보를 이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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