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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울수록 손해 '콩코드 굴욕'···초음속기 후배들, 타깃은 갑부

중앙일보

입력

붐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55인승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의 개념도. 내년 중 시제기 비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사진 붐테크놀로지]

붐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55인승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의 개념도. 내년 중 시제기 비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사진 붐테크놀로지]

다시 한번 초음속 여객기 운항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세계 유일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퇴역한 지 어언 17년, ‘콩코드의 후손’을 자처하는 신형 초음속 여객기 개발 붐이 일고 있다. 빠르면 내년부터 비행이 예상된다.

◇뉴욕-런던 왕복에 600만원  

이른바 ‘슈퍼소닉 트랜스포트(Supersonic TransportㆍSST)’로 불리는 초음속 여객기 개발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붐테크놀로지다. 이르면 내년 중 시제기를 하늘에 띄울 예정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이 회사의 격납고에선 현재 시제기인 XB-1의 동체 조립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전용 비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조종사 훈련에도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붐테크놀로지는 55인승 상업용 항공기에 서곡을 뜻하는 ‘오버추어(Overture)’란 이름을 붙였다. 실제 상업 운항은 2020년대 중반으로 잡고 있다.

신·구 초음속 여객기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구 초음속 여객기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과거 콩코드는 채산성이 없었다. 그런데도 1976년부터 무려 27년간 상업운항을 했다. 쏟아부은 투자비가 아까워서 손절매 시점을 놓친 것이다. 이 때문에 ‘콩코드의 오류(Concorde Fallacy)’란 경제용어까지 생겼다.

붐테크놀로지는 콩코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운임을 목표로 내걸었다. 뉴욕-런던 구간 왕복요금을 약 5000달러(약 600만원)로 낮춰 잡았다. 콩코드가 같은 구간에서 2만 달러(약 2400만원)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오버추어의 해당 구간 비행시간은 3시간 15분 남짓으로 예상된다. 일반 여객기(약 7시간)보다 2배 이상 단축된다.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붐테크놀로지의 이런 구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항공(JAL)과 영국의 버진그룹은 각 30대를 발주한 상태다.

◇국책사업 탈피…스타트업이 주도

전세계 부유층이나 다국적 기업을 타깃으로 한 소형 초음속 제트기 개발에도 경쟁이 붙었다. 막대한 개발비나 운영비를 따질 때 초음속 여객기는 태생적으로 부자들의 호주머니를 겨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공기설계 전문가인 스탠퍼드대의 엘런 클로 교수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종래보다 비행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추가 비용을 낼 의사가 있다는 다국적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본사를 둔 아에리온은 12인승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AS2 상용화에 나섰다. 마하 1.4(시속 약 1700㎞)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기체를 개발 중인데, 지난해 항공계의 매머드인 보잉과 협업을 시작했다.

아에리온이 개발 중인 12인승 초음속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AS2의 개념도. [사진 아에리온]

아에리온이 개발 중인 12인승 초음속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AS2의 개념도. [사진 아에리온]

2018년 설립된 미국의 허미우스는 음속의 5배를 목표로 소형기를 개발하고 있다. 빠른 속도를 위해 동체는 티탄합금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책사업으로 개발이 추진됐던 ‘콩코드 시대’와 달리 최근엔 이처럼 스타트업 위주로 초음속 여객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출사표를 던진 e-VTOL(헬기와 드론을 결합한 형태의 전기차 기반 수직 이착륙기) 시장에서도 스타트업들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소닉붐' 해결이 관건

초음속기 개발의 최대 장벽은 급격히 비행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파(Sonic boom·소닉붐) 문제다. 지상의 빌딩 유리창을 파손하거나, 함께 발생하는 폭음으로 주민들의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포착해 이미지로 처리한 T-38 훈련기의 소닉붐(Sonic boom) 현상. [AFP=연합뉴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포착해 이미지로 처리한 T-38 훈련기의 소닉붐(Sonic boom) 현상. [AFP=연합뉴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들은 민간 항공기의 초음속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즉 해상에서만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다.

미주 대륙의 경우 동부와 서부를 오가려면 캐나다나 알래스카를 경유해야만 한다. 당초 기대했던 비행시간 단축이란 장점이 상쇄되고 비용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항공기 제작업체들은 소닉붐 자체를 억제하는 기술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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