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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키즈 갈겠다” “승복다짐 받겠다”…TK 폭풍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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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의 문자를 보고 있는 이혜훈 의원. [사진 더 팩트]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의 문자를 보고 있는 이혜훈 의원. [사진 더 팩트]

“진박(眞朴·진실한 박근혜계) 논란 일으킨 이한구 키즈에 책임 묻겠다.”

통합당, TK 현역 면접 하루 연기 #“자발적인 불출마 압박” 분석 #불출마 3명뿐, 최소 60% 교체설 #이혜훈은 유승민에 SOS 문자

“TK(대구·경북) 공천은 바둑으로 치면 사석 작전(捨石作戰) 아닙니까.”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의 TK 면접심사를 하루 앞둔 19일, 몇몇 공관위원과의 통화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한구 키즈’란 2016년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공관위원장이 공천한 친박 의원들을 말한다. 사석 작전은 TK 의원 상당수가 ‘버리는 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21일 잇따라 열리는 TK 면접 심사에 임하는 공관위의 각오가 이렇다.

원래 19일로 예정된 대구 지역 면접은 하루 연기됐다. 이석연 공관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수도권 발표(20일)를 앞두고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 연기했다”면서도 “TK 공천이 핵심이다 보니 (면접 등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하지만 “TK 의원들의 자발적 불출마를 유도하기 위한 유예 시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직접 설득하고 있다고도 한다.

정치권에선 “통합당의 TK 공천이 수도권 공천보다도 총선 표심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공관위원은 “TK 공천이 당 쇄신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새누리당이 아니란 걸 보여주는 게 TK 공천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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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TK에선 현역 의원 3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새로운보수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빼면, 자유한국당 출신은 정종섭(대구 동갑)·장석춘(경북 구미을) 2명이다. 둘 다 초선이다. 반면 PK(부산·울산·경남)에선 이날 3선의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까지 불출마 대열에 합류, 모두 10명이 됐다. 현재 대구에선 의원 8명, 경북에선 10명이 공천 면접을 신청했다.

공관위는 TK 면접을 앞두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최소 60%를 물갈이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공관위원은 “(면접에서) 컷오프 여론조사 결과와 한국당이 참패했던 2018년 6·13 지방선거 결과 등을 증거물처럼 (현역 의원들에게) 제시하겠다”고 했다. TK에선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지난 지방선거 때 5명의 의원의 지역구에서 한국당 소속 기초단체장 후보가 졌었다.

2016년 총선 당시 불거진 ‘진박 마케팅’ 논란도 고려 대상이라고 한다. 한 공관위원은 “이한구 키즈와 진박 마케팅은 사실상 동의어”라며 “4년 전 특혜를 가장 많이 받은 이가 물갈이 우선순위로 오를 것”이라고 했다.  당시 충성도를 중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덜 봤다는 비판이 있었다. 일부 의원들이 낙천 시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자, 공관위는 면접 시작 전 대상자들에게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서약도 받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혜훈 의원이 유승민 의원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사진에 담겼다. 서울 서초갑 3선인 이 의원이 공천이 불확실해지자 유 의원에게 SOS를 쳤고 유 의원이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이언주는 험지인 광명을 피해서 부산으로 단수 공천받고, 이혜훈은 컷오프, 지상욱·민현주는 수도권 경선, 하태경은 경선…. 이런 결과가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김형오 의장님의 공천에 원칙이 뭐냐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지네”란 표현도 썼다. 한 새보수당 의원은 “이 의원 등을 다독이기 위한 것이지 (유 의원의) 본심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국희·이병준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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