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베이비붐 세대는 '파우스트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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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46~64년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파우스트 세대'라 불려야 마땅하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8일 보도했다. 아늑한 삶의 권태를 이기지 못한 학자 파우스트는 24년간 끝없는 신기함을 맛보는 것을 조건으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치웠다. 베이비 붐 세대 역시 더 많은 즐거움,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기존 규범의 파괴를 비롯한 신성하지 못한 행동을 기꺼이 했다는 점에서 파우스트와 상통한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이 세대가 성인이 된 1966년에서 84년 사이 미국을 지배해온 금욕주의가 사라지고 프리섹스가 판치게 됐다. 또 55년 미 전역에 착공된 고속도로들이 이 시기에 완공돼 국내 어디든지 손쉽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을 보고 자란 첫 세대였다. 77년부터는 개인용 컴퓨터(애플)도 접하게 됐다. 이처럼 신비로운 가전제품들 덕분에 이들은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오락을 즐기려던 파우스트의 꿈을 현실에서 이루게 됐다는 게 뉴스위크의 주장이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최근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성적 방종, 마약 등 자신들이 과거 기존 규범을 어기며 유혹에 몸을 맡겼던 시절의 유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이 잡지는 현재 미국의 사회악으로 지칭되는 이러한 것들이 이 세대가 자유와 진보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며 "베이비 붐 세대가 뒤늦게 자신들이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거래를 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파우스트적 당혹감에 휩싸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비 붐 세대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1993년 퍼스트 레이디가 된 직후 "두려움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 "어린 아이였을 때 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싶다"고 토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뉴스위크는 "이들만큼 고통스럽게 사회 변화를 겪은 세대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 베이비 붐 세대=미국에서 2차대전 종전 직후인 46~64년 다산(多産) 바람을 타고 태어난 7800만 명을 가리킨다. 베트남전과 탈냉전을 거치며 반전운동.양성평등.프리섹스 등 사회 변화를 주도했다. 가처분 소득이 평균의 2.5배나 되며 미 금융자산의 75%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미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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