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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은 '정세균 조직' 접수…황교안은 '정세균 명당'에 깃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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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해결'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우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수첩에 적고 있다. 친근함을 내세우려 직접 셀카 찍는법을 연습한 황교안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현안 해결'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우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수첩에 적고 있다. 친근함을 내세우려 직접 셀카 찍는법을 연습한 황교안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15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

[종로대전 집중해부]

“이기려고 출마했고 반드시 이길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서울 종로 예비후보로 나선 이 전 총리와 황 대표가 지난 주말 종로 지역 일정을 소화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대선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이들의 ‘종로대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4·15 총선 투표일에는 둘 중 하나만 당선자로 서게 된다.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의 이력과 선거 전략, 선거 캠프 면면 등을 집중 비교해봤다.

황교안 vs 이낙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황교안 vs 이낙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①닮은 듯 다른 둘의 과거=두 사람은 모두 법대 출신으로 대학을 종로에서 보냈다. 이후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것까지 같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 70학번이다. 당시 법대가 종로구 동숭동 캠퍼스에 있던 시절로 대학 시절을 종로에서 보냈다. 사법고시 대신 기자의 길을 택한 이 전 총리는 졸업 후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2000년 16대 총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기자로 일했다.

황 대표는 1년 재수를 한 뒤 1977년 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했다. 성대는 종로구 명륜동에 있다. 황 대표는 입학 직후부터 고시를 준비해 1981년 23회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83년 검사가 된 그는 공안통의 길을 걸었다. ‘미스터 국보법’이 당시 별명이다.

이후 두 사람은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이 총리는 16대 전남 함평-영광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4선에 성공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입각해 2년 7개월간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반면 2011년 검사직을 그만둔 황 대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국무총리까지 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2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며 여의도 정치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4.15 총선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4.15 총선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정세균 조직 넘겨받은 이낙연, 캠프 구성 막바지 황교안=황 대표는 지난 13일 종로구 중학동 경제통신사빌딩 4층에 선거사무소를 꾸렸다. 이곳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박진 한나라당 후보가,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정세균 민주당 후보가 캠프를 차려 승리한 곳이다. 두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명당에 깃발을 꽂았다. 이 전 총리는 20대 총선 때부터 쓴 종로6가 금자탑빌딩에 선거 사무소를 마련해 지난 13일 정식 개소했다. 이 빌딩은 종로 지역구 현역 의원인 정세균 총리가 써온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정 총리가 사무실을 비우면서 이 전 총리 캠프가 2개 층을 모두 쓰고 있다.

이 전 총리 캠프는 정 총리 측 조직을 대부분 넘겨받았다고 한다. 정 총리의 지역 조직을 담당한 고병국 서울시의원이 이 전 총리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게 상징적이다. 여기에 이 전 총리 자신의 과거 인연을 더했다. 남평오 선대본 운영위원은 총리실 민정실장이었고, 노창훈 상황실장은 총리실 정무지원과장, 양재원 부대변인은 정책민원팀장이었다. 이외에도 총리 시절 주무관 등이 캠프에 합류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지역 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홍범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지역 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홍범 기자

황 대표 측 캠프는 막바지 조직 구성으로 분주하다. 심오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시절 보좌관, 박진 전 의원 보좌관 출신 인물 등 현재까지 10여명의 인사가 모였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정성일씨가 캠프 대변인을 맡는다. 캠프 관계자는 “일정팀, 공보팀, 상황총괄팀, 지원팀을 축으로 캠프를 꾸리고 있다. 이번주 내에 조직을 완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당 대표로 선거 전체를 견인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한 만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구성원들도 막후에서 선거 전략과 이미지 코칭을 돕고 있다.

③‘선거 5연승’ 이낙연 대 ‘지역구 첫 도전’ 황교안=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 선거 4번과 전남지사 지방선거 등 5번 치른 선거를 연달아 이겼다. 반면 황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당선이 유일한 선거 경력이다. 이런 두 후보가 종로에서는 각자 당세가 취약한 지역에 집을 구했다. 이 전 총리는 보수 성향과 부유층이 많은 교남동에, 황 대표는 서민층과 젊은 층이 몰린 혜화동에 전셋집을 구했다. 취약한 지역에 베이스 캠프를 두고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지역 유권자 접촉 과정에서는 두 후보의 상이한 선거전략이 드러난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시절처럼 수첩을 들고 유권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하나하나 메모한다. 캠프 관계자는 “인사만 하고 표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민원을 듣고 직접 해결하겠다는 ‘진정성 전략’을 내세운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시장을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상인들과 손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홍범 기자

서울 종로의 시장을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상인들과 손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홍범 기자

황 대표는 친근함을 어필하고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평소 말투·걸음걸이가 느리다는 평을 받았지만, 배드민턴 운동화를 신고 분주하게 다니며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며 “셀카(셀프카메라) 찍는 것도 직접 연습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의 동선도 차이를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초기 동선은 지역 현안 중심으로 짜여졌다. 캠프 관계자는 “대선 전 한번 거쳐갈 뿐이라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도시재생, 교통 등 지역민 불만이 많은 곳부터 간다”며 “한 곳을 최소 3번 가는 게 목표다. 지역 민원 실질 해결에 방점을 둘 것이다”고 말했다. 고령층과 보수 성향 유권자들 표심을 잡기 위해 노인회관 등도 자주 찾고 있다.

황 대표는 청년 가게를 방문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시장을 방문해서는 상인들에게 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는 모토로 상인들을 많이 만나 경제를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테니스·색소폰 등 황 대표 취미를 살려 생활체육인이나 마로니에공원 등도 찾아 지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민회관을 찾아 지역주민과 인사를 나누기 전 손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민회관을 찾아 지역주민과 인사를 나누기 전 손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 29번 확진자 나온 종로…둘의 대처는=16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9번째 확진자가 종로구 숭인1동에 거주하는 81세 남성 환자로 밝혀지면서 두 후보의 선거전략에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환자가 들렀던 숭인1동 노인회관 폐쇄 소식도 들린 만큼 이 전 총리와 황 대표 모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숭인2동 노인회관을 방문한 이 전 총리의 숭인1동 회관 방문 여부도 화제가 됐는데, 이 전 총리 측은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총리 캠프는 18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낙연 만나러 갑시다’ 행사를 준비 중이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 모두에게 선거사무소를 공개하고 지역 민원을 경청한다는 취지다. 캠프 측은 “행사에서 소독제 및 마스크 비치로 출입관리를 철저히 하고 악수 등 신체접촉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종종 마스크 없이 주민들과 악수하던 황 대표도 더욱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선거운동은 하되 최소인원으로 조용한 행보를 할 것이다. 앞으로 마스크도 꼭 착용하고 주먹 인사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하준호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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