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15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
[종로대전 집중해부]
“이기려고 출마했고 반드시 이길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서울 종로 예비후보로 나선 이 전 총리와 황 대표가 지난 주말 종로 지역 일정을 소화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대선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이들의 ‘종로대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4·15 총선 투표일에는 둘 중 하나만 당선자로 서게 된다.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의 이력과 선거 전략, 선거 캠프 면면 등을 집중 비교해봤다.
①닮은 듯 다른 둘의 과거=두 사람은 모두 법대 출신으로 대학을 종로에서 보냈다. 이후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것까지 같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 70학번이다. 당시 법대가 종로구 동숭동 캠퍼스에 있던 시절로 대학 시절을 종로에서 보냈다. 사법고시 대신 기자의 길을 택한 이 전 총리는 졸업 후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2000년 16대 총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기자로 일했다.
황 대표는 1년 재수를 한 뒤 1977년 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했다. 성대는 종로구 명륜동에 있다. 황 대표는 입학 직후부터 고시를 준비해 1981년 23회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983년 검사가 된 그는 공안통의 길을 걸었다. ‘미스터 국보법’이 당시 별명이다.
이후 두 사람은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이 총리는 16대 전남 함평-영광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4선에 성공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입각해 2년 7개월간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반면 2011년 검사직을 그만둔 황 대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국무총리까지 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2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며 여의도 정치에 뛰어들었다.
②정세균 조직 넘겨받은 이낙연, 캠프 구성 막바지 황교안=황 대표는 지난 13일 종로구 중학동 경제통신사빌딩 4층에 선거사무소를 꾸렸다. 이곳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박진 한나라당 후보가,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정세균 민주당 후보가 캠프를 차려 승리한 곳이다. 두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명당에 깃발을 꽂았다. 이 전 총리는 20대 총선 때부터 쓴 종로6가 금자탑빌딩에 선거 사무소를 마련해 지난 13일 정식 개소했다. 이 빌딩은 종로 지역구 현역 의원인 정세균 총리가 써온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정 총리가 사무실을 비우면서 이 전 총리 캠프가 2개 층을 모두 쓰고 있다.
이 전 총리 캠프는 정 총리 측 조직을 대부분 넘겨받았다고 한다. 정 총리의 지역 조직을 담당한 고병국 서울시의원이 이 전 총리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게 상징적이다. 여기에 이 전 총리 자신의 과거 인연을 더했다. 남평오 선대본 운영위원은 총리실 민정실장이었고, 노창훈 상황실장은 총리실 정무지원과장, 양재원 부대변인은 정책민원팀장이었다. 이외에도 총리 시절 주무관 등이 캠프에 합류했다.
황 대표 측 캠프는 막바지 조직 구성으로 분주하다. 심오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시절 보좌관, 박진 전 의원 보좌관 출신 인물 등 현재까지 10여명의 인사가 모였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정성일씨가 캠프 대변인을 맡는다. 캠프 관계자는 “일정팀, 공보팀, 상황총괄팀, 지원팀을 축으로 캠프를 꾸리고 있다. 이번주 내에 조직을 완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당 대표로 선거 전체를 견인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한 만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구성원들도 막후에서 선거 전략과 이미지 코칭을 돕고 있다.
③‘선거 5연승’ 이낙연 대 ‘지역구 첫 도전’ 황교안=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 선거 4번과 전남지사 지방선거 등 5번 치른 선거를 연달아 이겼다. 반면 황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당선이 유일한 선거 경력이다. 이런 두 후보가 종로에서는 각자 당세가 취약한 지역에 집을 구했다. 이 전 총리는 보수 성향과 부유층이 많은 교남동에, 황 대표는 서민층과 젊은 층이 몰린 혜화동에 전셋집을 구했다. 취약한 지역에 베이스 캠프를 두고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지역 유권자 접촉 과정에서는 두 후보의 상이한 선거전략이 드러난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시절처럼 수첩을 들고 유권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하나하나 메모한다. 캠프 관계자는 “인사만 하고 표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민원을 듣고 직접 해결하겠다는 ‘진정성 전략’을 내세운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친근함을 어필하고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평소 말투·걸음걸이가 느리다는 평을 받았지만, 배드민턴 운동화를 신고 분주하게 다니며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며 “셀카(셀프카메라) 찍는 것도 직접 연습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의 동선도 차이를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초기 동선은 지역 현안 중심으로 짜여졌다. 캠프 관계자는 “대선 전 한번 거쳐갈 뿐이라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도시재생, 교통 등 지역민 불만이 많은 곳부터 간다”며 “한 곳을 최소 3번 가는 게 목표다. 지역 민원 실질 해결에 방점을 둘 것이다”고 말했다. 고령층과 보수 성향 유권자들 표심을 잡기 위해 노인회관 등도 자주 찾고 있다.
황 대표는 청년 가게를 방문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시장을 방문해서는 상인들에게 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는 모토로 상인들을 많이 만나 경제를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테니스·색소폰 등 황 대표 취미를 살려 생활체육인이나 마로니에공원 등도 찾아 지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④ 29번 확진자 나온 종로…둘의 대처는=16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9번째 확진자가 종로구 숭인1동에 거주하는 81세 남성 환자로 밝혀지면서 두 후보의 선거전략에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환자가 들렀던 숭인1동 노인회관 폐쇄 소식도 들린 만큼 이 전 총리와 황 대표 모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숭인2동 노인회관을 방문한 이 전 총리의 숭인1동 회관 방문 여부도 화제가 됐는데, 이 전 총리 측은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총리 캠프는 18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이낙연 만나러 갑시다’ 행사를 준비 중이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 모두에게 선거사무소를 공개하고 지역 민원을 경청한다는 취지다. 캠프 측은 “행사에서 소독제 및 마스크 비치로 출입관리를 철저히 하고 악수 등 신체접촉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종종 마스크 없이 주민들과 악수하던 황 대표도 더욱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선거운동은 하되 최소인원으로 조용한 행보를 할 것이다. 앞으로 마스크도 꼭 착용하고 주먹 인사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하준호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