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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들려면 피 뽑아 검사하라고?…문턱 높이는 보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실손의료보험 신규 가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혈액검사. [연합뉴스TV]

혈액검사. [연합뉴스TV]

보험업계가 기존에는 방문진단심사를 받지 않았던 20대에게도 혈액 검사를 받도록하는 등 디마케팅(demarketing)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다. 디마케팅은 자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혈액·소변검사로 보험 가입 심사

가장 대표적인 디마케팅 방식은 방문진단심사 강화를 통해 가입을 번거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방문진단은 간호사가 실손보험 가입 희망고객을 찾아가 혈압, 혈액, 소변 검사 등을 해 보험 가입 여부를 심사하는 방식이다. 서류 심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에 비해 번거로움이 크다.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방문진단심사 기준을 41세에서 20세로 낮췄다. 기존에는 질병 발생 위험도가 높더라도 20~30대의 경우 서면 심사를 거치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가 결정됐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부터 방문진단심사에 혈액검사를 추가했다. 롯데손해보험도 방문진단심사 기준은 21세이다. 메리츠화재도 1월부터 기존 66세 이상만 했던 의무적으로 했던 방문진단심사를 61세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받도록 기준을 바꿨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팔면 손해…실손 신규판매 줄이기 

업계 상위 업체들도 실손 보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인수 심사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인수 심사기준이 강화되면 실손보험 신규 가입 시 고객의 위험도를 보다 깐깐하게 보게 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한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은 지점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매월 손해율이 140% 이상인 지점의 경우 30~60대 가입 희망고객은 비급여 특약 가입하려면 방문진단심사를 받아야 한다. DB손해보험은 과거 판매했던 자사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를 현재 판매하는 신실손으로 전환시키면 보험설계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2017년 3월 이전 판매됐던 구실손·표준화실손은 비급여에 대한 보장이 넓어 신실손보다 손해율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손해율이 높은 상품이다 보니 당분간 신규 판매를 줄이고 우량 고객 위주로 운영하기 위해 인수조건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중 나오는 실손보험 개편안이 나올 때까지는 이런 기류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측은 실손보험 개편안에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 급감한 손해보험사 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9년 급감한 손해보험사 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동차보험 영업 축소도 이어져 

손보 업계는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일단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롯데손보와 한화손보의 경우 아예 적자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당기순이익 감소 이유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높은 손해율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130%대였다. 보험금 지급을 위해 가입자로부터 100원을 받았는데, 실제 보험금으로는 130원이 나가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도 디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자동차 보험 인수 심사를 강화하는 등 영업축소에 나섰다.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료 수입은 2018년(-3%), 2019년(-16.6%) 등 2년 연속 역성장했다. 롯데손보 등도 자동차보험 영업 조직을 축소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1조2938억원에 달했다.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최근 3~4년 간 사고 이력이 한 건이라도 있을 경우 신규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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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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