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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대학 자율권 훼손하는 또 다른 적폐"… 공주교대 교수·학생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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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한 총장 후보에 대해 교육부가 부적격 판단을 내리자 교수와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오후 공주교대에서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공무원직장협의회, 조교협의회 등이 총장 후보 1순위였던 이명주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3일 오후 공주교대에서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공무원직장협의회, 조교협의회 등이 총장 후보 1순위였던 이명주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국립대인 공주교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조교·교직원 등은 13일 오후 2시30분 캠퍼스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표방하는 정부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출된 총장 후보자의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며 “우리는 이런 현 정부의 몰상식한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교수회·총학생회·직원 등 교육부 결정 반박 #교육부, 총장 후보 이명주 교수 '부적격' 결정 #교수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총장 후보 선출" #총학생회 "침묵하면 민주주의 논할 수 없어"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 제31조 4항을 유린하고 있다며 교육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구성원들은 교육부에 총장 후보자의 임용 제청을 거부한 사유를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공주교대 김명수 교수협의회장은 “정부는 대학의 자율권과 자치권을 훼손하는 또 다른 적폐권력이 아닌지 되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는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염원으로 이뤄졌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공주교대에서 위혁준 총학생회장이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한 총장 후보 1순위 이명주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3일 오후 공주교대에서 위혁준 총학생회장이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한 총장 후보 1순위 이명주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위혁준 공주교대 총학생회장은 “교육부는 어떤 사유를 밝히지도 않고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학생들의 의지를 짓밟았다”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예비교원인데 이런 사태에 침묵한다면 무슨 자격으로 교단에 서서 민주주의를 논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공무원직장협의회·조교협의회 등은 협의체를 구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성명서 발표한 구성원들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겠다며 정부세종청사로 이동했다.

공주교대는 지난해 9월 24일 교수·학생·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직선제 투표를 통해 이명주(59) 교육학과 교수를 총장 1순위 후보(득표율 66.4%)로 선출했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내부 검증을 거친 뒤 지난해 11월 25일 교육부에 관련 서류를 보냈다.

교육부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고 공주교대가 추천한 총장 후보가 ‘부적격’하다고 결정한 뒤 이런 내용을 지난 11일 대학 측에 통보했다. 다시 선거를 치러 후보를 추천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다만 부적격 사유는 ‘사적인 영역’이라는 이유로 당사자에게만 통보할 예정이다.

13일 공주교대 정문에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공무원직장협의회, 조교협의회가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들은 총장 후보 1순위였던 이명주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를 규탄했다. 신진호 기자

13일 공주교대 정문에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공무원직장협의회, 조교협의회가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들은 총장 후보 1순위였던 이명주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를 규탄했다. 신진호 기자

교육부는 “70여 일간의 검증작업을 거쳐 이 교수가 총장 후보자로 부적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첫 모교 출신(17회) 총장을 기대했던 공주교대 구성원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이나 소청 등의 절차를 진행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명주 교수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교대 내·외부에서는 “이 교수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후보도 아니고 구성원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총장 후보”라며 “전 정권과 연관 지어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면 문재인 정부 역시 같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로 공주교대는 당분간 총장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임 임병근 총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6일 만료됐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요구대로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앞으로 2~3개월 이상 직무대리(교무처장)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22일 청와대 열린 국립대 초장 오찬 간담회에서 총장협의회장인 김영섭 부경대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22일 청와대 열린 국립대 초장 오찬 간담회에서 총장협의회장인 김영섭 부경대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주교대 등 국립대 총장은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교육부에 후보를 제청하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한국교원대와 공주교대, 충남대 총장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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