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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한한령 뚫나…中 사이트 상영예고에 CJ "사실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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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기생충' 상영을 예고하며 공개된 포스터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기생충' 상영을 예고하며 공개된 포스터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이 ‘한한령’을 뚫을 수 있을까.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中 OTT 아이치이 상영예고에 #CJ "판권 논의된 것 없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愛奇藝)’가 ‘기생충’ 상영을 예고하며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빗장이 풀릴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기생충’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이치이와 사전에 얘기된 게 없다. 판권 협의도 한 적 없다”면서 “아이치이에 스트리밍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中아이치이 '기생충' 관람 특가까지 공개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 산하의 아이치이는 1억5000만 구독자를 가진 거대 동영상 플랫폼(OTT)이다. 이 사이트는 10일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올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을 곧 상영한다고 홍보하며, 사이트에 포스터와 예고 영상을 올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조조 래빗’ 등 다른 아카데미 수상작들과 함께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는 13일 현재도 자사 사이트에 '기생충' 상영 예고 내용을 올려놨다.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는 13일 현재도 자사 사이트에 '기생충' 상영 예고 내용을 올려놨다.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

아이치이 사이트엔 기생충 관람 특가(9.99위안) 안내와 함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917’을 물리치고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국제영화‧각본상을 받았다. 다시 한번 한국영화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소개까지 올라왔다.

4년째로 접어든 한한령이 해지되리라 기대 모은 배경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겪은 후 이듬해부터 한국 문화 콘텐트를 공식 개봉하거나 방영한 적 없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부터 한국영화 역대 최다인 해외 190여개국에 판매되며 국가별 포스터도 주목받았다. 사진은 동양화풍으로 그려진 '기생충'의 글로벌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부터 한국영화 역대 최다인 해외 190여개국에 판매되며 국가별 포스터도 주목받았다. 사진은 동양화풍으로 그려진 '기생충'의 글로벌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칸 수상 3개월만에 中네티즌 리뷰 22만건

‘기생충’도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 수상 후 7월 중국 칭하이성시닝시의 한 영화제 폐막식에 상영이 시도됐지만 무산됐다. 주최측은 공식 SNS로 ‘기술적인 이유로 취소되었다’고 알렸지만,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당국의 검열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한국과 외교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도 ‘기생충’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 이후부터 중국 관영 매체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글로벌타임스’(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는 지난해 8월 ‘봉준호의 ‘기생충’, 중국 본토에서 논쟁을 빚어냈다’ 기사에서 “칸 황금종려상 수상 3개월만에 22만개 이상 리뷰가 올라왔고 중국 영화‧드라마 리뷰 사이트 도우반(豆瓣)에서 10점 만점에 8.9점을 받았다. 봉 감독의 이 한국영화 해시태그는 웨이보에서 3억3000만건 조회수를 기록했다”며 “한국영화에서 배워야할 것은 사회적 비판”이란 베이징 영화평론가 시 웬슈의 발언을 인용했다.

中평론가 "한국영화의 사회 비판 배워야" 

북미 배급사 네온이 공개한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기념 포스터. [사진 네온]

북미 배급사 네온이 공개한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기념 포스터. [사진 네온]

아카데미 시상식 후 지난 12일 중국 ‘신화통신’은 “펑 준 하오(Feng Junhao‧봉준호의 중국식 발음)가 감독한 ‘기생충’은 서양인들에게 친숙한 계급 은유를 빌려 사회 밑바닥의 하위 가족과 상류층 가족의 부조리와 비극을 해석했다”면서 “오스카 역사상 작품상을 획득한 최초 비영어 영화가 됐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생충’ 수상 축사까지 소개했다.

사드로 인한 한한령 이후에도 중국 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가 간간히 상영돼왔다. 2018년 중국 정부가 주최하는 ‘실크로드영화제’에선 유기견의 모험을 다룬 한국 애니메이션 ‘언더독’이 최고 애니메이션상을 차지했다. 같은 해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선 ‘군함도’ ‘서울역’ ‘아이 캔 스피크’ ‘채비’ ‘클레어의 카메라’ ‘그 후’ ‘뽀로로 공룡 섬 대모험’ 등 7개 작품이 초청돼 관객을 만났다.

아카데미 4관왕 기록을 세운 ‘기생충’이 한한령 이후 한국영화로서 첫 극장 공식 개봉작이 될 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 "'기생충' 美中시장 뛰어넘었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1일 “‘기생충’의 수상은 봉준호의 개인적 승리일 뿐 아니라 두 개의 강력한 시장(중국과 미국)에서 수년간 힘을 못 쓴 한국영화산업의 돌파구를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미국에선 어떤 비영어 영화도 흥행 50위에 들지 못했다. ‘기생충’만이 100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 총 박스오피스가 92억달러(약 10조원)을 넘어선 중국 시장도 한국영화엔 정치적 이유로 막혔다”면서 “그럼에도 한국은 강력한 시장과 경쟁하며 새로운 인재를 양성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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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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