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영화제, 세계 一流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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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61개국에서 온 2백43편이 소개된 올해는 개막 하루 만에 전회석이 매진된 작품이 상당수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2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영화제 관객 중에는 중국인.일본인 등 이웃나라 젊은이뿐 아니라 멀리 호주.유럽인까지 있다. 40여명의 각종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도 몰려들었다. 공항.호텔.상영관 할 것 없이 10대에서 50대까지 나이를 불문한 자원봉사자로 넘쳐난다.PIFF의 위상을 짐작케 해주는 증거들이다.

탄생한 지 불과 8년 만에 가을 부산을 '영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도시'로 바꾸어버린 PIFF는 지방문화제의 성공적 모델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자치단체장의 직선 이후 우후죽순처럼 각종 지방문화제가 앞다퉈 생겨나고 있지만 전 국민, 나아가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문화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PIFF의 성과는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일류 영화제로 도약하기 위한 더 치열한 모색과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정체성의 확립이다. PIFF가 아시아 영화를 집중 조명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부터는 PIFF가 지향하는 예술적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 등 아시아의 경쟁국들이 추격해 오더라도 이를 확실하게 따돌릴 수 있다.

둘째, PIFF 전용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용 영화관이 없어 영화제 일정이 오락가락 하고 개막식 날짜가 들쭉날쭉해서는 국제무대에서 신망도를 높일 수 없다. 현재 전용관 설계비 명목으로 40억원의 정부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의 통과가 시급하다. 셋째, 집행위원회를 재단법인화해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 영화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존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층 발전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칸.베니스.베를린.몬트리올 영화제와 어깨를 겨루는 세계 5대 국제영화제가 되도록 부산은 물론 중앙정부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