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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사법부 독립 강조하던 민주당, 법복 정치인 줄줄이 영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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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기상. [뉴시스]

최기상. [뉴시스]

11일 마무리된 더불어민주당의 1차 인재 영입이 논란이다. 20명 중 법조인이 6명(30%)이고, 그중 3명이 판사 출신이어서 ‘사법(司法)의 정치화’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1차 영입인재 중 판사가 3명 #삼권분립 위협 ‘사법의 정치화’ #법복정치인 양산 우려 목소리

공교롭게 마지막 20호 영입 인사도 최기상(51)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였다. 총선 출마 공직자의 사퇴 시한(1월 16일) 사흘 전에 사표가 수리된 그는 법원 내 진보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양승태 코트’와 맞서 사법개혁을 요구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을 지냈다.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이른바 ‘법복 정치인’이 이례적으로 많은 데다 민주당의 ‘트로이카’가 사법농단을 온몸으로 겪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탄희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최초로 폭로했고, 이수진 전 부장판사는 판사 블랙리스트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셋은 “당의 삼고초려를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사법개혁을 위한 입법에 앞장서겠다”고 비슷한 입문의 배경을 설명했다.

“판사도 정치적 동물”(이수진 전 부장판사)이라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변신은 후진적 민주주의 시스템의 한 단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 헌법의 핵심 원리인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독립을 그토록 강조하던 민주당이 유례없이 많은 판사를 영입한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일정한 숙려기간도 없이 판사에서 정치인이 됐다는 점에서 만신창이가 된 법원에 대한 신뢰를 또다시 훼손했다는 탄식도 나온다.

지난달 한 현직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하신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고 일갈했다. 최 전 부장판사는 “우려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고심이 깊었다. 하지만, 사법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때고 법원 외부에서 노력할 사람도 필요하다는 절실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러나, 학계와 정치권에선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반론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사법 적폐를 청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금의 사법부를 개혁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며, 사법부 독립이 바로 사법개혁이다. 입법부에 들어가서 사법부를 예속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사법부의 권위는 스스로 세우지 않으면 계속해서 정치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법복 정치인의 ‘절실함’은 과연 우리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4·15 총선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김승현 정치에디터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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